6월말 기준 계좌수 90%
수익성 안좋아도 추천해
수익성 안좋아도 추천해
시중은행들이 펀드를 판매하면서 계열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상품을 상대로 ‘몰아주기’에 나서는 일이 도를 지나쳤다는 지적이 나왔다.
22일 신학용 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6월 말 기준 은행계 자산운용사가 계열 은행 등을 통해 펀드를 판매한 비중은 판매잔액의 79%, 계좌수의 90.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비은행계 자산운용사의 계열사 판매 비중보다 판매잔액은 2.5배, 계좌수는 2.9배 많은 수치다. 적립식펀드 신규 판매의 경우, 비은행계 자산운용사는 계열사 판매 비중이 판매잔액 기준 27%, 계좌수 기준 23.0%에 그쳤다. 이에 반해 은행계 자산운용사는 판매잔액 기준 91.9%, 계좌수 기준 88%나 차지했다.
국민·우리·신한·하나·농협·기업·외환·한국씨티·에스시(SC)제일·산업은행 등 10개 은행의 판매 순위 상위 10개 펀드를 보면, 계열 자산운용사가 없는 외환·한국씨티·에스시제일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7개 은행은 최소 2개에서 최대 5개의 계열 운용사 펀드가 상위 10위 안에 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하나은행은 5개의 계열 운용사 펀드가 판매 실적 10위 안에 모두 들었다.
하지만, 정작 계열사를 통해 판매된 펀드의 수익률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10개 은행의 판매 실적 상위 10개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2007년 25.0%, 2008년 -25.9%, 2009년 20.0%인데 반해, 계열사 상품의 수익률은 각각 29.3%, -26.9%, 18.7%였다. 지난해와 올해의 경우 평균 수익률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신학용 의원은 “수익이나 상품성이 좋은 편이 아님에도 은행들이 계열사 이익을 위해 펀드 판매 물량을 몰아주고 있다”며 “소비자를 우롱하는 것일 뿐 아니라, 공정거래법상 계열사 부당지원행위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