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재테크] 내년 금융자산 어떻게 굴릴까
경기 회복세 불구 더블딥·출구전략 변수 잠재
수익률 올해보다 낮아질듯…채권 매력 감소
원자재 관련 펀드 유망…금투자는 전망 갈려
경기 회복세 불구 더블딥·출구전략 변수 잠재
수익률 올해보다 낮아질듯…채권 매력 감소
원자재 관련 펀드 유망…금투자는 전망 갈려
만일 지금 당신에게 여유자금 1억원이 있다면 어느 곳에 투자할 것인가요?
‘눈높이를 낮추고 중앙은행의 금리정책을 주목하라.’
금융위기의 여파로 잔뜩 움츠러들었던 2009년도 서서히 저물고, 이제 새로운 한 해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2010년 재테크 시장 기상도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전문가들은 2010년이야말로 한마디로 ‘갈림길’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바닥까지 곤두박질쳤던 세계경제는 각국 정부의 막대한 재정지출에 힘입어 올해 힘겨운 상승세를 이어왔다. 나라마다 회복 속도에 다소 차이가 나긴 했지만, 대부분의 나라에선 침체의 그늘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희망 섞인 신호들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아직 곳곳에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여전히 더블딥(이중침체) 가능성을 예고하는 목소리는 잦아들지 않고, 위기 극복 과정에서 엄청나게 풀린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은 ‘출구전략’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갈림길에 선 2010년, 성공적인 자산관리에 이르는 길은 무엇일까?
<한겨레>는 증권사와 은행 자산관리 전문가 10명을 상대로 2010년 자산시장 전망과 바람직한 투자전략 등을 물어봤다. ‘만일 당신에게 지금 여유자금 1억원이 있다면 어느 곳에 투자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응답자들이 내놓은 답변은 다소 엇갈렸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밑바탕에 흐르는 공통점도 눈에 띄었다. 수익률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고 한국은행의 금리정책을 주목하되, 각자의 투자성향에 어울리는 상품을 고르라는 게 그것이다.
◆ “눈높이를 낮추라”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내세우는 내년도 투자지침 중 첫째는 기대 수익률을 올해보다 낮추라는 것이다. 실제로 금융위기의 공포에서 미처 벗어나지 못한 올해는 곳곳에 절호의 투자기회가 널려 있었다. 지난 3월 기아자동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당시에 벌어진 에피소드는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기아차가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에 나서자 시중자금 8조원이 순식간에 몰려들었다. 개인들은 7.4 대 1의 경쟁률을 보였고, 외국인과 기관의 경쟁률은 무려 49 대 1에 이르렀다. 만기이자율 5.5%, 워런트 행사가격(주식을 인수받을 때 주당 가격)은 6880원이었다. 청약기간 7500~8000원에 머물던 기아차 주가는 현재 1만7000원대까지 뛰었다. 약 2.5배 수익률을 낸 것이다. 회사가 부도날 가능성이 없다고 가정하면 연 5.5%의 수익을 보장해 주는데다 주가마저 급등해 대박을 터뜨린 셈이다.
내년에도 이런 모습이 되풀이될 수 있을까? 현재로선 그 답은 ‘아니다’에 가깝다. 오대정 대우증권 자산관리리서치 파트장은 “내년에도 주식 등 위험자산 강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미 상당부분 자산에 반영되고 세계경제 회복세가 더딜 것으로 보여 올해만큼 수익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내년도 투자 수익률 목표치도 대폭 낮아졌다. 오성진 현대증권 자산관리컨설팅센터장은 내년도 기대수익률을 주식투자 15%, 이자자산 5%, 원자재 등 대안투자 10% 정도로 내다봤고, 이동수 동양종금증권 글로벌자산전략팀장도 10~20% 안팎의 기대수익률을 전망했다.
◆ “원자재ㆍ상품은 유망, 채권은 피하라” 내년도 유망 상품으로는 원자재나 상품을 꼽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글로벌 달러 약세 기조가 뚜렷해지고 무엇보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거세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대략 투자자산의 20~30%는 이들 시장에 투자하는 게 좋다고 말한다. 다만, 원자재 관련 상품의 수익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더라도 그 비중을 지나치게 높게 유지하는 것은 피하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서동필 우리투자증권 재무컨설팅부 책임연구원은 “이들 상품은 대안투자로 전체 자산의 20% 이하에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만큼 가격 변동성이 큰 탓이다.
최근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금 투자를 두고선 다소 의견이 엇갈렸다. 서동필 책임연구원은 “장기적으로 달러화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점을 고려해 달러 약세에 따른 반사이익이 기대되는 금에 대한 관심도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적극적인 금 투자를 조언했다. 이에 반해 박승호 국민은행 평촌 PB센터 팀장은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 시점에 일시적으로 달러가 반등한다면 금 가격 조정도 예상할 수 있어 금 관련 투자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다소 유보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이런 가운데, 채권시장은 내년도에 그다지 재미를 보지 못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가장 큰 이유는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반대로 떨어지므로,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그만큼 채권 투자 수익률이 낮아지기 마련이다. 김인응 우리은행 PB사업단 재테크팀장은 “채권 가격 하락이 예상되므로 일반 채권과 채권형펀드는 피해야 한다”며 “한가지 덧붙이자면, 달러로 투자되는 상품과 펀드도 달러 가치 하락에 따른 환차손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투자 안전판은 꼭 갖춰야” 내년은 그 어느 해보다도 자산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은 해이니만큼, 꼼꼼하게 투자 안전판을 마련해두는 것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
특히 수익률은 다소 낮더라도 원금보장을 원하는 소극적 투자자들이라면 주가연계증권(ELS)을 눈여겨볼 만하다. 주가연계증권은 100% 원금보장을 하지는 않지만 원금보장추구형 상품도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1년 만기 주가연계증권 상품 가운데 주가하락 때의 최대 손실 폭은 1%이지만, 주식이 상승했을 경우엔 상승폭의 80%를 이익으로 얻을 수 있는 제품도 있다. 투자자의 위험추구 성향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한 상품 설계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또 전체 자산의 10% 안팎에서 국내 인덱스펀드를 분할매수할 경우엔, 상승장에서 소외되지 않으면서도 손실 가능성은 크게 낮출 수도 있다.
시중은행에서 정기예금의 형태로 판매되는 주가지수연계예금(ELD)을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원금은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최고 5000만원까지 보장되고 지급 이자는 주가지수나 주식가격에 연동해 결정된다. 다만 중도에 해지할 경우 수수료를 물어야 하기 때문에 원금손실이 올 수도 있다.
이찬영 기자 lcy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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