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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저축 돕기보다 ‘빚 권하는’ 친서민 정책

등록 2010-08-16 22:05수정 2010-08-16 22:07

가구당 부채 추이/가계신용 추이 (※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미소금융·햇살론 등
대출 문턱 낮추기에 치중
가계부실 가속화 우려
“종잣돈 마련케 지원책을”
친서민 정책을 앞세운 정부의 독려로 금융회사마다 ‘서민금융’ 상품들을 앞다퉈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이런 정책이 자칫 저소득층의 빚만 늘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가계부채 규모가 아직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하지만, 금리 상승기에 700조원을 넘긴 가계부채 부담이 더 커질 것임은 분명하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가계 빚을 줄이는 방향으로 재무설계를 강화하고 서민들이 궁극적으로 자기 재산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투트랙’ 전략을 펴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 빚 권하는 사회, 빚 늘리는 가계 미소금융과 햇살론 등은 모두 서민들의 금리부담을 낮추겠다는 취지로 개발된 상품이다. 제도권 금융기관이 서민 대출을 소홀히 하면서 서민들이 대부업체 같은 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문제의식에 따른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불호령’에 고금리로 수익을 올리던 캐피털사들은 금리 인하에 나섰고, 은행들은 태스크포스팀을 조직해 서민대출 확대안을 고민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서민대책특별위원회를 꾸려 은행이 수익의 일정액을 서민·중소기업에 저리로 의무 대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민들의 금융 접근권을 확대하는 차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가계 채무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없어 결국 빚만 늘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저소득층이 주로 이용하는 대부업체와 신용정보가 공유되지 않아 채무상환 능력에 대한 분석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햇살론의 경우 창구에서 ‘정부가 공짜로 주는 돈인데 왜 대출 안해주냐’며 화를 내는 이들도 적지않다”고 털어놨다. 무엇보다 가계 부채가 700조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금리상승기를 맞아 가계의 이자 부담이 늘어날 경우 가계 부실을 넘어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2003년의 카드사태도 각 카드사들이 정보를 공유하지 않은채 마구잡이로 발급하다가 벌어진 문제”라며 “기존의 서민금융 기조가 계속된다면 ‘제2의 카드사태’가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경고했다. 인위적인 금리 인하 대신, 대출상품의 금리를 비교할 수 있는 한국이지론 등을 통해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고 금융기관들의 경쟁을 유도해 시장 금리가 자연스레 낮아지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 서민 ‘종잣돈’ 지원책 시급 현재 진행되는 서민금융 사업이 고금리 부담을 줄이는 ‘비상대책’이었다면, 이제는 서민들이 ‘종잣돈’을 만들어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저소득층이 가계의 재무상황에 맞춰 부채를 ‘구조조정’하고 저축을 늘려 자산을 형성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재무설계 기업인 에듀머니의 제윤경 이사는 “저소득층일수록 소득이 적다는 생각에 생계비를 1주일 안에 써버리는 등 재무상태가 안정적이지 못하다”며 “무작정 빌려주는 방식이 아니라 이들이 자산을 형성해 자립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내놓은 ‘희망플러스 통장’(자산형성)과 ‘꿈나래 통장’(자녀교육)이 한 가지 사례가 될 수 있다. 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50%에 이르는 서민(차차상위계층)을 대상으로, 이들이 저금하는 만큼 같은 액수를 통장에 넣어주는 사업이다. 서울시복지재단 관계자는 “많은 저소득층이 일을 하는데도 자산이 없어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된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와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매칭 형태로 지원해주는 ‘행복키움통장’도 호응도가 높다. 일부에선 지난 1995년 폐지된 ‘근로자 재산형성저축’을 되살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재형저축은 노동자의 재산형성을 돕기 위해 정부가 이자소득세를 면제해주고 한국은행 출연금 등을 통해 장려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지금은 서민정책 하면 대출만을 생각하는데, 이는 결국 서민들을 빚쟁이로 만드는 것”이라며 “예전의 재형저축처럼 서민들이 재산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적극적인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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