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오른쪽)이 17일 서울 망우동 우림시장에서 상인들에게 미소금융에 대해 홍보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 제공
11년 만에 언론 만난 라응찬 신한지주 회장
라응찬(72)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기자들과 공개적으로 만났다. 17일 신한미소금융재단 서울 망우지부 개점식 뒤 열린 점심식사 자리에서다.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가 언론과 접촉하는 경우는 잦지만, 라 회장의 경우 기자들과의 만남 자체가 ‘뉴스’다. “은행장 그만둔 뒤 처음인 것 같다”는 본인의 기억이 정확하다면, 거의 11년 만에 언론과의 인터뷰에 응한 것이다. 1991년부터 99년까지 신한은행장을 3연임한 뒤 2001년부터는 지주 회장을 4연임하고 있지만, 신한지주 홍보부에서조차 “이전에 언론과 만난 게 언제였는지 잘 모르겠다”고 할 정도로 라 회장은 그동안 언론과 거리를 유지해왔다.
이날 라 회장은 어깨띠를 두르고 망우동 우림시장을 돌며 미소금융 홍보에 나섰다. 신한지주 쪽은 “‘상생경영’에 대해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관심의 초점은 금융실명제법 위반 논란과 금융권 인수·합병(M&A)과 같은 현안에 쏠렸다. 라 회장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 50억원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금융실명제법을 어긴 의혹으로 현재 금융감독원의 조사를 받고 있다. 그는 “조사를 한다니까 지켜봐야지”라며 더이상의 언급은 피했다. “지난 2월 회장직 연임 전에 고사하려 했다는 얘기가 있었다”는 질문이 나오자 “내가 욕심이 많아서 또 했다”고 받아넘겼다.
최근 금융권의 화두인 인수·합병에 대해서는 “상황에 따라 해야 하는데, 국내에서 더이상 하기는 어렵다”며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그는 ‘메가뱅크론’과 관련해서도 “우리나라 시장(규모)을 생각해보라”며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을 내비쳤다. 어윤대 케이비(KB)금융지주 회장이 취임 이후 “신한금융의 경영을 배워야 한다”고 여러 차례 언급한 것에 대해서는 “어 회장이 앞으로 잘할 것”이라며 “새로운 큰 적이 다가오고 있다는 경계심을 가지고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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