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호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후계구도 놓고 조직혼란땐
정부 ‘낙하산 인사’ 가능성
정부 ‘낙하산 인사’ 가능성
금융당국이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중징계 카드를 빼든 뒤로 금융권에서는 벌써부터 ‘포스트 라응찬’에 대한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돌고 있다. 내부 인사는 물론 전직 관료 출신들의 이름까지 구체적으로 거론된다. 신한금융 안팎에서는 신한이 자체적으로 이번 사태를 수습하지 못할 경우 향후 경영진 선임 과정에서 정부의 입김이 거세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12일 “결국은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세 분이 사퇴쪽으로 결심하겠지만, 경영권 공백 상황을 비집고 외부의 압력이 밀고 들어와 은행이 휘둘리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경영권 공백과 조직 혼란을 틈타, 경영 자율성이 침해되거나 정부 쪽 인사가 낙하산으로 내려오는 등 ‘관치’와 ‘권치’가 개입할 여지가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신한의 다른 직원은 “신한금융의 많은 직원들은 30년 가까이 쌓아온 탄탄한 지배구조와 ‘신한의 고유 문화’가 이번 일을 빌미로 훼손되는 것을 매우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신한금융 차기 최고경영자 자리를 놓고 이인호 전 신한지주 사장, 이재우 신한카드 사장, 이명박 대통령의 동지상고 후배인 이휴원 신한금융투자 사장 등 내부인사뿐 아니라, 이철휘 전 자산관리공사 사장, 김석동 전 재정경제부(기획재정부의 전신) 차관 등 관료 출신 인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일단 금융당국에서는 관치 개입 가능성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신한금융 경영진이 동반사퇴하면 정부의 낙하산 인사가 있을 것이란 우려가 있다”는 박병석 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대해 “신한사태와 관련해 관치금융 의혹이 생길 소지가 없도록 하겠다”며 “신한금융의 지배구조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가진 이사회 중심으로 문제가 처리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직 안정과 후계자 선임을 위한 내부의 노력이 지지부진할 경우, 사태를 빨리 수습해야 한다는 여론을 등에 업고 정부나 권력이 개입할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금융의 최고경영진 3명이 모두 명예에 큰 상처를 입은 만큼 후계구도 모색의 주역이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신한금융 자체적으로 순탄하게 후계구도를 마련하지 못하면 관료 출신이 신한금융을 장악해 관치금융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라 회장이 금융당국과 맞서는 모습을 보이며 자진 사퇴를 거부하는 게 오히려 화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다. 신한 관계자는 “이미 칼자루는 금융감독원과 검찰이 쥐고 있는 상황에서 라 회장이 욕심을 부리다가는 정부의 입김이 더 거세질 수 있다”며 “케이비(KB)금융지주도 강정원 전 행장이 무리수를 둬서, 관치금융의 희생양이 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신한은행 노조도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김국환 노조위원장은 “라 회장이 소명을 하고 조직을 안정시키겠다고 말해 놓고 곧바로 미국으로 나가버려 솔직히 매우 혼란스럽다”면서도 “어차피 라 회장이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퇴진압력을 피해갈 방법은 없는 만큼, 이제 중요한 것은 외부의 부당한 경영 자율권 침해나 낙하산 인사에 제대로 대응해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신한 내부인 또는 내부 출신이 후계구도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는 게 직원들의 정서”라며 “이사회와 주주, 직원들이 힘을 모아 조직을 안정시킬 방안을 찾기 위해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이재우 신한카드 사장
김석동 전 재정경제부 차관
신한은행 노조도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김국환 노조위원장은 “라 회장이 소명을 하고 조직을 안정시키겠다고 말해 놓고 곧바로 미국으로 나가버려 솔직히 매우 혼란스럽다”면서도 “어차피 라 회장이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퇴진압력을 피해갈 방법은 없는 만큼, 이제 중요한 것은 외부의 부당한 경영 자율권 침해나 낙하산 인사에 제대로 대응해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신한 내부인 또는 내부 출신이 후계구도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는 게 직원들의 정서”라며 “이사회와 주주, 직원들이 힘을 모아 조직을 안정시킬 방안을 찾기 위해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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