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금융위에 36개 불공정약관 시정 요청
‘랩어카운트’(일임형 종합자산관리계좌) 계약의 중도 해지 때 수수료를 환불받을 수 없도록 한 조항을 비롯해 금융투자회사들의 불공정 약관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17일 공정거래위원회는 금융투자회사가 사용하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와 랩어카운트, 특정금전신탁 약관 등을 심사해 모두 36개 약관, 107개 조항에 대해 금융위원회에 시정 조처를 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최근 소액으로 투자가 가능한 시엠에이와 랩어카운트 등에 대한 투자수요가 급증한 데 따른 조처다. 시엠에이 계좌수는 이달 10일 기준으로 1100만건(계좌잔액 42조원), 랩어카운트 계좌 수도 올해 2분기 기준으로 172만건(계좌잔액 83조원)에 이른다.
이번 시정 요청에는 불공정 약관들이 대거 포함됐다. 랩어카운트 계약 중도 해지 때 사업자가 미리 받은 수수료·신탁보수 등을 일체 돌려주지 않는다는 조항은 지나치게 과다한 위약금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또 수수료 납부기한과 연체료율 등을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정하도록 하거나 자산운용사를 고객 동의 없이 변경할 수 있도록 한 랩어카운트 약관 조항들도 문제가 됐다.
아울러 시엠에이 계약에서 중요 내용이 바뀔 때 고객에게 개별 통지하지 않고 영업점 혹은 인터넷 등에 비치·게시만 하도록 한 조항과 특정금전신탁 약관 가운데 신탁재산의 등기 또는 표시를 생략할 수 있도록 한 조항도 시정될 예정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시정 조처를 통해 어렵고 복잡한 금융투자약관에 대한 고객의 권리를 강화하고 우려되는 피해도 다각도로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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