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2% 내다팔아…‘우리금융 합병 부정의견’ 해석도
김승유 회장 “금융위기 뒤 금융주 줄이기 차원” 일축
김승유 회장 “금융위기 뒤 금융주 줄이기 차원” 일축
하나금융지주의 최대주주인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이 보유중이던 지분(9.62%)을 전량 매각했다.
20일 외신과 금융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테마섹의 계열사인 안젤리카 인베스트먼트는 하나금융 주식 2038만주를 이날 주당 3만4300~3만5550원에 블록세일(대량매매) 방식으로 처분했다. 이는 이날 종가(3만5550원)보다 최대 3.5% 할인된 가격이다. 테마섹은 2004년 하나은행에 투자를 시작해, 2005년 하나금융지주 설립 이후 최대주주가 됐다.
하나금융 쪽은 최대주주의 지분 매각 배경에 대해 “재무적 투자자인 테마섹이 미국발 금융위기로 손실이 난 금융 쪽의 비중을 줄이고 환경·에너지·자원개발 쪽의 투자를 늘리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이 우리금융지주 합병을 추진하는 데 반대해 테마섹이 지분을 매각했다는 일부 관측을 두고서는 “전혀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테마섹의 지분 매각 계획을 얼마 전부터 알고 있었다”며 “테마섹이 지분을 파는 것은 금융위기 이후 금융주의 비중을 줄이면서 차익을 실현하는 것으로, 다른 이유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인수·합병(M&A)을 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언급한 적도 없지만 이번 테마섹의 지분 매각이 (우리금융) 합병 등에 미치는 영향은 전혀 없다”며 “최대주주가 변경되더라도 그룹의 전략 등은 달라질 게 없다”고 덧붙였다.
금융권에서도 테마섹의 지분 매각이 투자 포트폴리오 조정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는 의견이 우세하다. 실제 테마섹은 그동안 투자해 왔던 뱅크오브아메리카, 바클레이스, 중국 민생은행, 인도네시아의 뱅크 인터내셔널 등 금융회사 지분을 2008년 말부터 처분해 왔다. 따라서 하나금융 지분도 전세계적으로 금융 쪽 포트폴리오를 축소하는 과정에서 매각했다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이혁재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테마섹이 스탠다드차타드(SC) 증자에 참여하기 위해 하나금융을 매각했다는 보도가 나왔다”며 “우리금융과의 합병에 반대해 지분을 처분한 것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달 말로 예정된 우리금융 매각 공고를 앞둔 시점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테마섹의 지분 매각이 하나금융에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금융의 우리금융 합병 추진에 대해 테마섹이 반대해 지분을 처분한 것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은 재무적 투자자(FI)로 구성된 컨소시엄을 통해 정부가 보유한 우리금융 지분(56.97%)의 일부를 매입한 뒤, 주식 맞교환을 통해 우리금융과 합병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테마섹의 지분 매각으로 하나금융이 우리금융 합병을 위해 추진중인 재무적 투자자 구성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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