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간 투자 규제한도 약해
금감원, 흥국화재만 조사키로
금감원, 흥국화재만 조사키로
금융감독원이 계열사 부당지원 의혹을 받고 있는 흥국화재에 대한 검사에 나선다.
금감원 관계자는 21일 “흥국화재가 자산규모나 영업실적에 걸맞지 않게 골프장 회원권을 과도하게 매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안에 회원권 매입 건에 대한 부문검사를 시행하거나 내년 중 예정돼 있던 종합검사를 연초로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매년 평균 400억원의 적자를 낸 흥국화재가 지난 8월 312억원을 들여 그룹 계열사인 골프장 회원권 12구좌를 산 것은 부적절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20억원을 들여 회원권 10구좌를 구입한 흥국생명에 대해선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쪽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금감원 관계자는 “흥국생명은 경영상황이 건실한데다 매입 과정에서도 할인·담보 등을 통해 회사 쪽에 불리한 조건을 거의 없앴고, 자산운용한도 안에서 구입이 이뤄졌다”며 “흥국화재는 흥국생명보다 규모가 작은데도 더 많은 구좌를 더 비싸게 사들이는 등 매입 배경·절차 등에서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한편에선 보험업법의 허술한 법망과 금융감독의 느슨한 감독이 이번 사태의 근본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보험사의 자산은 보험계약자의 보험료로 이뤄져 있지만, 자산 운용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어 보험사가 대주주의 ‘돈줄’로 전락하더라도 막을 방안이 없다는 비판이다.
현행 보험업법은 계열사에 유가증권을 투자하거나 신용공여를 할 때는 공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자산매매에 대해선 계열사와의 거래라 하더라도 공시의무를 두지 않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공시를 하게 되면 주주들의 움직임을 통해 문제가 자연스레 교정되는 과정을 거치는데, 골프장 회원권은 자산에 속하기 때문에 흥국화재는 이를 공시할 의무가 없었다”며 “법에 맹점이 있는 만큼, 이를 보완하는 작업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보험업법은 업무용 부동산에 투자할 경우 투자 규모가 총 자산의 25%만 넘지 않으면, 대주주 또는 계열사 소유 건물이라도 구입을 모두 허용하고 있다. 부실 계열사의 주식도 자산의 3% 또는 자기자본의 60% 안에서 사들일 수 있다. 흥국생명이 부실회사인 흥국화재 주식을 매입하더라도 한도만 넘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여러 문제 소지가 있지만 현행법으로 따지면 대부분 적법한 거래여서 난감하다”며 “보험업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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