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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옵션 쇼크’에 개인·기관 줄파산 공포

등록 2010-11-14 20:15수정 2010-11-15 08:57

“제로섬 게임” 풋옵션 희비…거래중개 증권사도 불똥
“파생상품시장 사실상 도박”…자본유출입 규제 시급
지난 11일 증시를 강타한 ‘옵션만기일 쇼크’의 후폭풍이 거세다. 장 마감 10분 전, 도이치증권 창구에서 나온 1조6000억원의 ‘매물 폭탄’이 코스피 지수를 순식간에 53이나 끌어내린 탓에, 개인·기관 투자자들의 피해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옵션 투자자들의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금융당국과 거래소가 특별 조사에 나섰지만, 개인투자자는 물론 피해가 큰 자산운용사의 파산 우려까지 나오면서 피해는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 개인·기관 ‘줄파산 괴담’ 이날 투자자들의 희비를 엇갈리게 한 것은 풋옵션 상품이다. 풋옵션은 주가가 떨어지면, 정해진 행사가격에 코스피200 지수를 팔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상품을 말한다. 예컨대, 행사가 252.50인 풋옵션(252.5풋)을 사들인 투자자는 이날 247.51로 마감한 코스피200 지수를 252.50에 팔아 4.99포인트의 차액을 챙겼다. 지난 11일 장 마감 10분 전까지 코스피200 지수는 254.62로, 252.50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은 거의 없었고 실제로 이날 252.50풋의 가격은 장중 1000원(0.01)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만일 이날 252.5풋 계좌 1개를 1000원 주고 샀다면, 장 마감 뒤엔 499배인 49만9000원을 벌어들인 셈이다. 문제는 옵션 시장은 ‘제로섬’ 게임인 탓에, 누군가 대박을 냈다면 반대편의 다른 이는 그만큼의 손실을 내는 구조다. 풋옵션 매도자들은 매수자들에게 프리미엄을 받는 대신, 미리 정한 가격에 매수자가 권리행사를 할 경우 이를 고스란히 사줘야 할 의무를 지게 된다. 상품에 따라 일부 투자자들은 수백만원의 투자금으로 수억원의 손실을 떠안게 된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선물옵션 시장이 워낙 변동성이 심하지만, 이번처럼 장 마감 직전 매물이 투하될 것이라곤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며 “투자자들의 손해가 극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이미 개인투자자에 대한 손실청구에 나선 상태다. 기관투자자들의 피해는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단 하나대투증권은 899억원의 손실을 낸 와이즈에셋자산운용 대신 760억원을 대납했다. 현행 증권거래법상 옵션거래를 중개한 증권사가 결제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와이즈에셋의 자본금은 100억원대에 불과해, 손실금액을 충당하기 어렵다는 것이 증권가의 시각이다. 파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와이즈에셋의 2대 주주(지분 33%)인 현대증권도 피해가 불가피하다. 와이즈에셋은 콜옵션과 풋옵션을 동시에 파는 ‘양매도 전략’을 구사했는데, 이는 지수가 일정 범위 안에서 움직이면 이익을 내지만 범위를 벗어나면 예측 불가능한 손실을 내는 구조다. 최근 증시가 안정적으로 오르면서 국내 기관들이 주로 활용한 것으로 알려져, 드러나지 않은 연기금·금융사들의 피해가 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제어장치 시급” 목소리 높아 금융권에선 이번 사태가 자유로운 자본 유출입이 국내 금융시장을 뒤흔들 수 있다는 것을 일깨운 사례로 보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자본 유출입 규제 논의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과도하게 팽창한 파생거래 시장을 점검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적격’으로 판정된 기관투자자들은 증거금도 없이 과도한 ‘베팅’에 나서고 있어 피해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파생상품 시장이 과도하게 커져 사실상 ‘도박’이나 마찬가지”라며 “앞으로 증거금 기준을 강화하고 파생거래세 신설 등도 논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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