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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1등 은행’ 대신 ‘3위 실속’ 택했나

등록 2010-11-16 20:09수정 2010-11-17 09:17

금융지주회사 자산 규모
하나금융, 외환은행 인수 추진
인수가격 낮은 외환은행, 국제업무 망·인력 시너지
‘론스타 먹튀 돕기’ 논란, 외환 노조 반발 걸림돌
“허를 찔렸다.” (금융당국 관계자)

우리금융지주 쪽으로 ‘깜빡이’를 켰던 하나금융지주가 갑작스레 외환은행 쪽으로 운전대를 꺾었다. 업계 1위에 올라설 기회인 우리금융 ‘카드’를 버리고, 외환은행을 선택하면서 한단계 순위 상승에 만족하는 ‘소박한’ 선택을 한 셈이다. 이런 하나금융의 변심 배경을 두고 금융권의 해석이 분분하다. 여기에 10년 만에 본격화된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 역시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금융권에 미치는 파장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 ‘덩치’보다 ‘실리’ 챙기나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에 대해 “상업적인 판단”이라고 밝히고 있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16일 “외환은행은 국내에서 외환업무의 40%를 점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프랜차이즈들의 가치가 높고 스태프(직원)들도 우수하다”며 “더구나 수출 주력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기업금융을 주력적으로 해오고 있는 외환은행을 외국계 금융회사에 맡기는 게 과연 좋은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국외 점포가 아시아 일부 지역에 집중돼 있는 등 국제 업무망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21개국 48개 점포망을 갖고 있는 외환은행의 네트워크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외환은행의 유능한 국제업무 인력을 고스란히 품에 안을 수 있는 점도 매력이다. 자산 200조원 규모인 하나금융이 116조2000억원 규모의 외환은행을 인수할 경우, 자산 316조2000억원의 금융사로 거듭나게 된다. 3위인 신한금융(310조원)보다 100조원 이상 자산이 적은 ‘만년 꼴찌’에서, 업계 3위의 명실상부한 대형 금융그룹으로 올라서게 되는 것이다. 외환은행 인수가 우리금융 합병보다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도 인수 추진의 주된 이유로 꼽힌다. 합병을 추진했던 업계 1위 우리금융의 자산규모는 332조3000억원에 이른다. 인수대금이 7조원 이상 소요되는 탓에, 주식 맞교환을 통한 합병을 추진해왔으나 외국인 주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식을 맞교환할 경우 정부 지분이 들어오게 되는 탓이다. 반면, 외환은행은 자금만 마련하면 온전한 지배주주가 된다는 점이 매력이다. 우리금융 인수에 나섰다가 특혜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규모 면으로 보면 우리금융 쪽이 더 매력이 있겠지만, 이로 인한 후폭풍도 고려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부담을 안고 가느니 차라리 깔끔하게 인수할 수 있는 외환은행을 선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 ‘먹튀 돕기’·노조 반발은 걸림돌 그러나 추진 과정의 걸림돌도 만만치 않다. 당장 인수 대상인 외환은행 쪽의 반발이 거세다. 외환은행 노동조합은 하나금융의 인수가 공식화된 이날, 매각 실사를 위한 데이터룸을 봉쇄하고 하나금융 인수 반대 투쟁에 돌입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국내 점포가 겹치는 문제 등이 있어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탓이다. 외환은행 노조는 이날 성명서를 내어 “론스타와 하나금융의 매각협상이 결국 무산될 것이고 하나금융의 현장 실사를 포함한 어떠한 추가 작업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어 “론스타가 호주 안츠(ANZ)은행과의 협상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한 푼이라도 더 받겠다고 하나금융을 불러들인 것”이라며 “경쟁력을 잃은 은행의 시이오(CEO) 영구집권을 위해 우량한 다른 은행이 소멸돼야 한다면 앞으로 누가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운운할 수 있겠느냐”며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을 직접 겨냥했다.

론스타의 ‘먹튀’를 국내 금융사가 돕는다는 비판도 감내해야 한다.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 매각으로 챙기게 되는 금액은 5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국내 금융기관이 외환은행을 인수하게 된다면 론스타가 빠져나가는 출구를 마련해 주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승유 회장은 “외환은행을 국외 (금융기관)에서 가져가면 괜찮고 국내(금융기관)에서 인수하면 안 된다는 논리는 수용하기 어렵다”며 “우리나라는 수출의존형 경제 구조를 갖고 있는데 (외환은행을) 외국기관에 주는 것이 옳은지 아니면 국내 기관이 같이 지원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는 깊이 생각해볼 문제”라고 반박했다.

정부가 10년 만에 본격화한 우리금융 민영화는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을 공산이 커졌다. 하나금융의 합병론과 우리금융의 독자생존론이 맞붙은 상황에서, 경쟁의 한축이 빠질 경우 유효경쟁 구도가 무너져 경쟁입찰 자체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금융 한 곳만 입찰한 상황에서, 정부가 우리금융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다른 경쟁자가 들어오지 않을 경우, 민영화 작업이 표류할 수 있어 걱정”이라며 “일단 26일까지 입찰에는 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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