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통위, 넉달만에 올려
물가상승 4% 넘자 ‘화들짝’
물가상승 4% 넘자 ‘화들짝’
한국은행이 금융통화위원 만장일치로 넉 달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이후 환율 불안정성이 줄어든 반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미 시장금리는 크게 오른 상태인데다 물가 상승률도 4%를 넘어서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관련기사 16면
한은은 16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행 연 2.25%에서 2.50%로 0.25%포인트 올렸다고 밝혔다. 다만 금리 인상의 충격이 중소기업에 전가되지 않도록 중소기업 대출에 쓰이는 총액한도대출 금리는 연 1.25%를 유지했다. 한은은 2008년 금융위기 사태 뒤 연 5.25%이던 기준금리를 지난해 2월까지 6차례에 걸쳐 2.00%까지 낮춘 뒤 16개월 동안 동결하다 지난 7월 0.25%포인트 올렸다.
한은의 금리 인상은 일차적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10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4.1% 올라 한은의 중기 물가 목표치인 ‘3%±1%포인트’를 넘어섰다.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생산자물가는 10월에 5.0% 오르며 1년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환율 변동 불확실성이 줄었다고 판단한 것도 금리 인상에 영향을 끼쳤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G20 서울 정상회의 선언문에 ‘선진국들은 신흥국 자본의 변동폭이 과도하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은 큰 진전”이라며 “과거처럼 ‘환율전쟁’이라고 할 만한 일은 없을 것이고 시장의 불확실성도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정책금리 인상에도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32%로 전날보다 0.15%포인트 급락했다. 금융시장에서는 인상분이 이미 반영된 탓이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한은이 물가보다 환율 방어를 위해 기준금리 인상에 실기하다 보니, 결국 물가가 급등하고 있는 시점에 금리를 올려 서민들에게 부담만 주게 됐다”고 지적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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