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거품 붕괴로 부도위기
한국 주택대출 다시 증가세
금리상승땐 이자부담 커져
한국 주택대출 다시 증가세
금리상승땐 이자부담 커져
부동산 거품이 도화선이 된 아일랜드의 재정위기 사태를 계기로 우리나라의 부동산 거품 우려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최근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이 확산되는데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까지 올라 부동산 거품에 대한 경고등은 한층 커진 상태다.
아일랜드는 방만한 감세 정책과 저금리 기조 등으로 부동산 거품을 키웠고 부실 재정에 빠진 정부는 부동산 관련 세수에 더욱 의존하다 위기를 부른 대표적 보기다.
감세 철회 논란을 빚고 있는 우리나라 역시 최근 부동산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은 8월(-3290억원) 감소세를 보였으나 정부가 8월29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사실상 철폐하자마자 9월(1조7000억원) 증가세로 돌아선 뒤 10월 2조2200억원이나 늘어났다. 한은은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내놓은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주택담보대출은 주택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가운데 비교적 큰 폭의 증가를 지속했다”고 지적했다.
프레더릭 뉴먼 홍콩상하이은행(HSBC) 아·태지역 리서치센터 공동 대표는 18일 “한국의 중립적 금리는 4.3%인데, 현재 기준금리는 2.5%”라며 “기준금리가 낮은 수준에서 지속되면 부동산을 중심으로 자산 가격이 다시 올라갈 가능성이 있어 한은이 기준금리를 선제적으로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시중금리도 따라 올라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이자 부담은 더 커지게 된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뒤, 하나은행의 주택대출 금리는 18일 현재 4.9~6.4%로 지난 주말보다 0.14%포인트 높아졌다. 이는 3월27일 이후 거의 8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신한은행과 외환은행은 각각 4.35~5.75%와 4.39~6.14%로 4월 초 이후 최고 수준이며 우리은행은 4.15~5.47%로 5월20일 이후 최고치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조사를 보면, 기준금리가 1%포인트 인상돼 대출이자와 예금이자에 그대로 반영됐을 때 국내 1, 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은 가계와 기업들은 연간 6조8000억원의 이자 부담이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기준금리가 7월과 11월에 걸쳐 모두 0.50%포인트 인상됨에 따라 가계와 기업의 연간 이자 부담은 3조4000억원에 이른다.
피에프 대출 부실은 심각한 상태다. 은행권 전체의 피에프 대출 규모는 9월 말 기준 42조6000억원이다. 부동산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부동산 피에프의 고정이하 여신(부실채권) 비율은 6월 말 9.60%에서 9월 말 18.02%로 급상승했다.
한은은 지난 4일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부동산 피에프 관련 잠재부실이 부동산 경기 부진 등으로 현재화될 가능성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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