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옵션만기일 불공정 조사
기관투자자 시세조종 의혹도
기관투자자 시세조종 의혹도
금융당국이 파생상품 거래 제도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지난 11일 장 마감 10분 전에 도이치증권에서 2조원에 육박하는 ‘매물 폭탄’이 코스피 지수를 53이나 끌어내리면서, 옵션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은 것에 대한 제도적 보완책인 셈이다.
금융위원회는 22일 “이번 사태로 자본 시장의 취약 요인이 드러났다”며 “후속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우선 일부 기관투자자들이 사후증거금 제도를 악용해 과도한 파생상품 투자에 나서는 것으로 보고, 이를 보완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증거금은 매매약정을 이행한다는 증거로 증권회사에 맡기는 돈을 말한다. 현재 개인은 15%의 사전증거금을 예치해야 하지만, ‘적격 투자자’로 인정받은 기관들은 증거금 없이도 거래를 할 수 있다. 이들이 과도한 파생상품 투자에 나서는데다 큰 손실을 입어 결제를 못할 경우, 결제 책임을 진 중개회사까지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이번 900여억원의 손실을 입은 와이즈에셋자산운용의 경우, 중개회사인 하나대투증권이 763억원을 대납한 상태다. 금융위 관계자는 “그나마 하나대투는 규모가 커서 감당할 수 있었지만, 소규모 증권사는 회사 자체가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며 “다음달 중순까지 개선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융위는 일률적으로 사전증거금을 도입할 경우 거래가 과도하게 위축될 우려가 있어 거래 내용과 회사의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기준을 정할 방침이다. 금융투자회사들의 파생상품 리스크 관리실태에 대한 점검을 벌여,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프로그램 매매 제도에 대한 개선안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 프로그램 매매 사전보고(선샤인 제도)는 장 종료 15분 전까지 이뤄지고, 장 종료 10분 동안 단일가 매매방식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 옵션만기일의 불공정 거래 의혹과 관련해, 금융당국은 도이치증권 서울지점 등을 대상으로 관련 계좌의 주문과 계산 주체, 매매 동기 등을 집중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지난 12일부터 시세조종, 선행매매 등 자본시장법 위반행위에 대한 정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금감원 쪽은 “필요할 경우, 국제증권감독기구에 요청해 외국 금융당국에 금융거래 정보 제공 등 조사협력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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