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록 출간하는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저금리 기조 후유증 우려”
정부·한은에 고루 ‘쓴소리’
“저금리 기조 후유증 우려”
정부·한은에 고루 ‘쓴소리’
참여정부 시절 한국은행 수장을 지낸 박승(사진) 전 총재가 현 정부와 한은을 향해 이례적인 쓴소리를 했다.
박 전 총재는 2일 회고록 <하늘을 보고 별을 보고>(한국일보사 펴냄) 출간기념회를 앞두고 <한겨레>와 통화에서 “한은 총재 당시 중앙은행 독립성을 유지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의 열석발언권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열석발언권이란 기획재정부 차관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해 발언할 수 있는 권한을 말한다. 올해 초 정부는 11년 만에 처음으로 기획재정부 차관을 금통위에 참석시켜 열석발언권을 행사하도록 해 ‘관치’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그는 현재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하고 있는 통화신용정책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내년 경제성장률이 4%로 전망되는데 이때 적정 기준금리는 3~4% 정도가 맞다”며 “금리 인상은 시기(타이밍)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 효력이 나타나기까지 시차가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금리의 결정을 제때 하지 못하면, 훗날 후유증이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을 지적한 얘기다.
그는 이번 회고록에서 “참여정부가 부동산 문제에 강력히 대응했지만 세계적인 저물가 저금리 기조 하에서 주택시장 거품현상은 일반적인 추세였고, 정책의 효과는 시차가 있는 것이어서 임기 중 에는 제대로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집값 안정 효과는 임기 말에야 나타나기 시작해 그 혜택은 그 뒤를 이은 지금 이명박 정권이 누리게 됐다”고 덧붙였다.
박 전 총재는 2002년 한은 총재에 취임하자마자 직원 17명으로 ‘화폐개혁 추진팀’을 꾸려 1000여쪽의 종합계획서를 극비리에 완성했다는 일화도 이번에 공개했다. 새 화폐 발행과 고액권 발행에 이어 1000원을 1환으로 바꾸는 화폐단위 변경(리디노미네이션)을 한다는 게 뼈대였다. 이 보고서는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됐으나 참여정부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뇌물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최종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06년 4년간의 한은 총재 임기를 마친 뒤 야인으로 돌아간 그는 지난해 9월부터 1년 남짓 신문에 연재했던 글을 대폭 수정해 이번에 회고록을 펴냈다. 그는 책을 내면서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소신을 실천하는 뜻에서 유산의 사회 환원과 안구 기증을 약속하기도 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거쳐 뉴욕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한은에 다니다 76년부터 중앙대 교수로 지냈고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 건설부장관 등으로 활동했다.
중앙대 경제학과 제자들이 마련한 이번 출간 기념회는 2일 오후 4시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 컨벤션센터 3층에서 열린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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