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본점.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이백순 행장, 고소 취하로 화답…‘공멸 수습’ 국면
‘3인방’ 검찰 기소·신사장쪽 인사 문제 등 ‘불씨’로
‘3인방’ 검찰 기소·신사장쪽 인사 문제 등 ‘불씨’로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이 6일 사장직에서 물러나고 신한은행은 신 사장에 대한 고소를 취하했다. 이에 따라 경영진 사이의 내분 끝에 전직 은행장을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면서 촉발된 ‘신한 사태’는 석달 만에 수습 국면을 맞게 됐다.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에 이어 신 사장도 퇴진함에 따라 신한금융의 지배구조 개편 논의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그러나 ‘신한 3인방’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와 차기 경영진 선임을 둘러싸고 봉합된 갈등의 불씨가 살아날 가능성은 남아 있다.
■ 신 사장-이 행장 화해 배경은 신한 사태 과정에서 극심한 대립 구도를 형성해 왔던 신 사장과 이백순 행장이 사장직 사퇴와 고소 취하를 통해 전격 ‘화해’하기로 한 것은 이대로 가다가는 양쪽 모두 공멸하고, 관치 개입을 자초해 조직도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신한은행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 “최근 금융시장의 판도가 급격히 재편되어 가는 과정에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신한의 가치를 지속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대동단결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인식을 공유한 결과”라고 신 사장 사퇴와 고소 취하 배경을 설명했다. 신 사장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기로 했다”며 “한 사람이라도 조직을 추스르는 게 나을 것으로 판단해 이 행장의 사퇴를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칼날이 신한 사태 3인방을 조여오고 있는 상황에서 처벌 수위를 조금이나마 낮추기 위해 양쪽이 한발씩 양보한 측면도 있다. 신 사장 쪽 관계자는 “(검찰 수사에 영향을 미칠 의도가) 전혀 없다고 볼 수는 없다”며 “정상 참작할 여지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 후계 구도 등 둘러싸고 갈등 불씨 잠복 일단 신 사장의 사퇴로 신한금융의 내분이 어느 정도 봉합되는 분위기지만,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우선 검찰 수사가 변수다. 신한은행이 신 사장에 대한 고소를 취하했지만, 검찰이 횡령 등의 혐의로 신한 3인방을 기소한다면, 현직을 유지하고 있는 이 행장이 사퇴 압력에 휘말리게 되고 이 과정에서 조직이 다시 한번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또 연말 인사에서 이 행장이 신 사장 쪽 인사들을 얼마나 배려할지도 조직 안정의 관건이다. 이 행장은 신 사장과 화해하면서 향후 은행 인사 등에서 신 사장 쪽 사람들에 대한 불이익이 없도록 최대한 탕평인사를 하기로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지배구조 개편 논의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새로운 경영진 구성을 놓고 라 회장 쪽과 신 사장 쪽, 국내 사외이사와 재일동포 사외이사 간에 이견이 불거질 경우 이사회 내에서 최고 경영진 간 갈등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 사장은 사장직에서는 물러났지만, 라 전 회장처럼 등기 이사직은 유지하기로 했기 때문에 이사회에 참가해 차기 경영진 인선에 개입할 수 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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