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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물가불안·대출급증에도 한은 금리동결 ‘탕탕탕’

등록 2010-12-09 19:43수정 2010-12-10 08:39

기준금리 2.5%로 동결
“대외여건 불확실성 때문”
물가, 정부 목표치 웃돌고
주택대출도 급증하는데…
시장선 “그럴 줄 알았다”
9일 한국은행 15층 회의실에선 올해 마지막 기준금리를 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가 열렸다. 회의 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올해 들어 9번째 의사봉을 담담하게 두드렸다. 7번째 금리동결이었다. 시장은 예상했다는 듯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 금리동결 이유, 또 대외여건 불확실성 김중수 한은 총재는 이날 금통위 뒤 기자회견에서 “주요국 경기의 변동성 확대, 일부 유럽 국가의 재정 불안,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 등으로 기준금리를 2.5%로 동결한다”고 밝혔다.

물가 중심치를 웃도는 물가수준, 부동산 등 자산가격의 거품 우려는 대외 경제 불확실성에 묻혔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월 4.1%에 이어 11월 3.3%로 한은의 중기물가안정 목표의 중심치(3.0%)를 넘어서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와 저금리 영향으로 11월엔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이 1년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인 생산자물가도 전월 대비로는 5개월째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박승 전 한은 총재는 지난 1일 <한겨레> 인터뷰에서 “중앙은행 독립성을 위해 정부의 열석발언권은 바람직하지 않고, 내년 경제성장률이 4%로 전망되는데 이때 적정 기준금리는 3~4% 정도가 맞다”며 한은에 쓴소리를 했다. 하지만 이날 한은 금통위에는 임종룡 기획재정부 1차관이 참석해 열석발언권을 행사했고, 금리 역시 동결됐다.

■ 시장에서 존재감 사라진 한은 총재 지난 4월 김중수 총재가 취임한 뒤로 한은은 시장과의 불화, 금리인상 실기, 독립성 논란에 휘말렸다. 김 총재 취임 당시 기준금리는 2.0%였다. 그 뒤 한은 금통위는 물가 불안이 커지자 7월과 1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뒷북대응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한은이 시장 불신을 받게 된 건, 정부가 8·29 대책을 통해 사실상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폐지한 뒤인 9월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부터다. 그때도 한은은 금리 동결 이유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 증대를 들었지만, 정부 부동산대책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시장에선 격한 발언들이 쏟아졌다. 최석원 삼성증권 연구원은 ‘혼자서 하는 의사소통’ 보고서에서 “한은의 신호보다는 금통위 이전에 나오는 청와대나 정부 입장에 주목할 것을 권한다”고 비판했다. 유재호 키움증권 연구원도 “앞으로는 금통위나 총재의 발언에 너무 집중할 필요가 없다”고 꼬집었다.

이런 비판이 잇따르자, 김 총재는 “우측 깜빡이(기준금리 인상)를 넣으면 우회전한다”며 금리인상 기조를 밝혔지만 시장금리는 오히려 뚝뚝 떨어졌다.

■ 내년 1분기께 금리인상 있을 듯 이날 김중수 총재는 내년 금리정책의 기조와 관련해 “국제통화기금(IMF)이 기준금리를 내년 말까지 4% 정도로 가져가야 한다는 제안을 한 적이 있지만 기준금리 인상 속도와 폭은 그때그때 대내외 경제 상황에 달렸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한은 금통위가 내년 1분기 중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점친다. 경제성장률이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고려할 때 현 기준금리 수준은 지나치게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금통위의 행보를 봤을 때, 가파른 인상보다는 올 하반기처럼 분기에 한 차례씩 올리는 점진적인 인상을 택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김상훈 하나대투증권 연구위원은 “내년 1월은 연초, 2월은 설날 영향으로 동결될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1분기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질 것을 감안하면 3월 정도에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이날 ‘2011 금융리스크 분석 보고서’에서 내년엔 위안화 가치 상승에 따른 중국산 수출품 가격 상승 등 대내외 물가상승 요인이 두드러지면서 금리상승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또 금리가 올라가고 주택가격이 추가 하락할 경우엔 가계부채로 리스크가 증가할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혁준 최혜정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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