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제도 변천 추이
‘연말일몰’ 앞둔 기촉법, 국회공전에 3년 연장안 무산
새로운 법 제정까지 ‘부실기업 구조조정’ 법근거 없어
새로운 법 제정까지 ‘부실기업 구조조정’ 법근거 없어
여당의 예산안 날치기로 국회 파행이 이어지면서, 불똥이 내년 기업 구조조정으로 튀고 있다. 국회 공전으로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의 시한을 3년 더 연장하는 기촉법 개정안 통과가 사실상 무산됐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15일 “기촉법은 애초 3년 시한의 한시법이어서 이번 회기 안에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법을 새로 제정해야 한다”며 “기촉법 폐지가 시장에 미칠 파급 효과와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촉법은 금융권 빚이 500억원 이상인 대기업의 구조조정을 위해 제정된 법이다. 올해는 부실 우려가 큰 65곳이 기촉법에 따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나 퇴출 대상으로 결정됐다. 그러나 이 법이 올해 말로 폐지될 경우, 새로 법이 제정될 때까지 기업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사라지게 된다. ‘법적 공백’ 기간 동안 부실기업이 발생할 경우, 해당 기업과 채권단이 자율 협약을 맺어 워크아웃을 추진할 수 있지만 채권단 내부의 이해관계가 엇갈려 구조조정이 무산되거나 지연되기 쉽다. 실제로 2006년 2월 채권단 자율협약에 따라 구조조정이 추진된 현대엘시디(LCD)는 제2금융권이 채권을 회수하는 바람에 부도처리된 바 있다. 이 때문에 기촉법은 채권단의 75%(신용공여액 기준)의 동의만 있으면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할 수 있고, 부실 징후가 있는 기업의 채권 재조정 등 경영 정상화 계획을 확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구조조정은 기본적으로 채권단과 기업의 자발적 합의 원칙이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해 한시법으로 운영하도록 했으나, 금융당국은 아직 시장자율적인 관행이 정착돼 있지 않다는 점을 들어 연장을 추진해왔다. 금융위 관계자는 “워크아웃 과정에 기업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어, 기업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개정안에 명시했다”며 “법적 공백 기간에 부실기업이 생기지 않기만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기촉법 제정안을 서둘러 준비하더라도, 법조계와의 ‘갈등’은 또다른 걸림돌이다. 법무부와 대법원은 기촉법이 위헌 소지가 있다며 개정안 추진에 반대해왔다. 개별 채권단의 의지와 관계없이 채권단협의회 가입을 의무화하고, 다수결로 채권 재조정 등을 의결하는 기촉법의 주요 내용이 “자본주의 시장경제 질서 및 사적 자치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게 반대의 논거다. 채권금융기관의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제정안을 만들게 되면, 모든 논란이 원점에서 시작될 것”이라면서도 “올 연말까지 통과가 안 될 경우, 내년 초 임시국회 때 다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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