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민영화 무산
현대건설 매각도 사실상 무산
“경영프리미엄 연연말라” 지적
현대건설 매각도 사실상 무산
“경영프리미엄 연연말라” 지적
현대건설에 이어 국내 최대 금융그룹인 우리금융지주 민영화도 중단되면서, 초대형 기업 인수·합병(M&A) 시도가 잇따라 좌초하고 있다. 정부와 채권단이 시장 상황에 대한 면밀한 파악 없이 ‘회수 극대화’라는 명분에 매달려 무리하게 매각 절차를 밟다가 실패를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 우리금융 매각 미궁 속으로 정부는 우리금융 매각절차 중단의 주요 이유로 유효경쟁이 성립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지난달 예비입찰의향서를 제출한 곳은 11곳에 이르지만, 우리금융컨소시엄을 빼면 국내 또는 외국계 사모펀드가 대부분이다. 정부는 예금보험공사 지분(56.97%)을 절반 넘게 매입하는 곳이 두곳 이상 들어와야 경쟁입찰이 성립한다고 보고 있다. 현재 이 조건을 충족시키는 곳은 지분 35~40% 매입을 선언한 ‘보고펀드’뿐인데, 국내 최대 금융지주회사의 경영권을 사모펀드에 넘기는 것은 위험이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혁세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금 같은 시장 상황에서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시간 낭비고 우리가 원하는 민영화 추진이 더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금융 자회사인 경남·광주은행 등 지방은행 매각 작업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반영됐다. 정부는 지방은행 매각을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일정에 연동시킬 방침이다.
■ 대형 인수·합병 줄줄이 늦어질 듯 우리금융 민영화가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정부가 구상했던 금융권 재편작업 역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애초 정부는 올해 안에 우리금융 민영화의 윤곽을 그린 뒤, 내년에는 산업은행 민영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혀왔다. 가장 큰 매물인 우리금융의 ‘거취’가 정해져야, 산업은행 지분을 인수할 수 있는 후보군이 명확해진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우리금융 민영화가 실패하면서, 산업은행 민영화는 추진 시점과 계획 모두 불투명해졌다. 국내 최대 건설회사인 현대건설 매각작업도 사실상 무산되면서, 하이닉스반도체와 대우조선해양, 대우건설 등 대형 기업의 매각 일정도 뒤로 밀리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현대건설 매각 과정에서 인수·합병 원칙에 대한 불신이 고조돼 당분간 인수·합병 시장이 얼어붙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 “매각 원칙부터 재논의해야” 전문가들은 정부가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를 강조한 것이 문제의 근원이라며, 매각원칙을 재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와 조기 민영화, 금융산업 발전 등 3대 원칙을 내세웠지만, 사실상 공적자금 회수 쪽에 가장 큰 무게를 뒀다. 하지만 자산 325조원이 넘는 대형 금융사인 우리금융의 경영권을 인수할 만한 주체를 찾기 어려운 시장 상황을 무시하고, 프리미엄까지 받아 경영권을 넘기려고 시도하다가 결국 판을 깨버린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산업자본은 못 들어오고, 국외 매각도 어려운 상황에서 국내 자본을 상대로 수조원에 이르는 엠앤에이를 추진한 것 자체가 애초에 불가능했다”고 지적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국민 부담인 세금을 회수하는 차원에서 수익 극대화도 중요하지만, 구조조정 성과를 사회화한다는 차원도 고려해야 한다”며 “경영권 프리미엄에 연연해하지 말고 여러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혜정 이재성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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