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자재값 상승 여파
설탕·밀가루 등 크게 뛰어
중국산도 비싸져 속수무책
공공요금·전세·등록금 등
내년 줄줄이 인상 ‘대기중’
설탕·밀가루 등 크게 뛰어
중국산도 비싸져 속수무책
공공요금·전세·등록금 등
내년 줄줄이 인상 ‘대기중’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과 중국의 물가오름세 등으로 연말연시 국내 물가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은행은 내년 상반기 물가를 3.7%로 전망했지만, 현재 추세라면 3%대를 지키기도 불안한 상황이다.
일단 국제 원자재값 오름세가 심상찮다. 세계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와 전세계적인 저금리 정책으로 풀린 투기자금이 상품시장으로 몰리면서 급등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주로 도입하는 두바이유 국제가격은 2여년 만인 지난 21일 처음으로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다. 제조업체들이 많이 쓰는 구리 역시 t당 9365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밀·옥수수·콩의 평균가격은 지난 6월에 견줘 각각 48%, 37%, 16%씩 올랐다.
국제 원자재 가격의 상승은 국내 물가에 ‘도미노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서울지역 휘발유 값이 ℓ당 1900원을 넘어섰고, 2000원 선 이상으로 파는 주유소도 생겨났다. 밀과 원당의 국제시세 급등은 국내 설탕과 밀가루 가격을 들썩이게 해, 내년 초부터 빵·과자 등 관련 가공식품의 가격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은행 추정으로는, 국제유가가 10% 오르면 2주~1개월의 시차를 두고 국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0.2%포인트 올라가고, 석유를 뺀 기타 원자재 가격도 10% 상승 때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1%포인트 높인다.
‘차이나플레이션’도 물가 불안의 아킬레스건이다. 차이나플레이션은 중국을 뜻하는 차이나와 물가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을 합친 말로, 중국의 물가 상승은 중국산 농산물과 공산품의 수출가격을 끌어올려 다른 나라에도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현상을 뜻한다. 그동안 정부는 물가가 오를 조짐을 보이면 값싼 중국산을 수입해 물가를 안정시켜왔다. 하지만 요즘 이런 물가대책이 잘 통하지 않고 있다.
11월의 국내 신선식품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37.5% 올랐다. 집중호우와 태풍 등 기상 이변으로 농산물 작황이 좋지 않은 측면이 있지만, 차이나플레이션 영향도 크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의 중국 농산물 수입은 1년 전보다 39%나 늘어 중국산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졌다. 지난달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5.1%를 기록하며 28개월 만의 최고 수준으로 뛰어오른 상태다. 이 때문에 중국산 조기가 1년 전보다 25% 가까이 올랐고, 곶감과 고사리 등도 모두 큰 폭으로 뛰었다. 서민들의 식탁에 자주 오르는 중국산 농산품 수입가격은 지난해보다 24.1%나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부터 공공요금, 텔레비전 수신료, 전셋값, 대학등록금 등이 줄줄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내년 상반기에 물가가 3.7%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한은의 중장기 물가안정 목표범위(3.0±1.0%)의 중심값인 3%를 웃도는 수준이다. 문제는 앞으로 물가관리가 더 어려워질 게 뻔한데, 정부는 여전히 성장 위주의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는 데 있다. 과도한 성장 정책은 물가 상승을 부추긴다.
이명박 대통령은 23일 청와대에서 제6차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주재하면서 내년 경제성장률 목표를 5%로 설정한 것과 관련해 “정부도 기업도 대비를 잘하고 열심히 최선을 다한다면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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