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법 개정으로 규제완화
국외점포 27곳 설립 추진중
국외점포 27곳 설립 추진중
국내 은행들이 새해 국외 시장 개척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주춤했던 국내 은행의 국외 진출이, 포화 상태인 국내 시장에 대한 대안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은행법 개정으로 국외 진출에 대한 규제가 크게 완화되면서,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국외로 나가려는 은행들의 움직임도 탄력을 받고 있다.
가장 주목받고 있는 곳은 외환은행 인수를 눈앞에 두고 있는 하나금융이다. 하나금융은 주력 계열사인 하나은행의 국외 법인과 지점 수가 4대 은행 가운데 가장 적지만, 외환은행 인수를 통해 국외 영업에서 한단계 도약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중점 전략지역인 중국과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의 경쟁력을 더욱 높이는 한편, 외환은행 미국 지점을 재건해 미국 시장 진출도 추진할 계획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통해 국외 영업 자산 비중을 현재 5.4%에서 최대 20%까지 확대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도 올해 하반기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지점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지점을 신설하고, 브라질 상파울루 사무소와 인도 첸나이 사무소를 각각 법인과 지점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은행 덩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외 네트워크가 약한 국민은행은 올해 중국의 지점 수를 늘리고 동남아시아 지역에 현지법인과 지점을 세울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주력 핵심 시장인 일본과 베트남에 자원과 역량을 집중하는 한편, 신흥시장 추가 진출도 검토할 방침이다.
금융감독원의 자료를 보면, 올해 국내 은행이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국외 점포 수는 27곳에 이른다. 형태별로는 지점이 16곳, 현지법인 8곳, 사무소 3곳 등이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이 5곳으로 가장 많고, 하나은행 4곳, 우리·신한·외환·산업·기업은행 3곳, 부산은행 2곳, 대구은행 1곳 등이다. 지역별로는 중국과 베트남이 6곳으로 가장 많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지점포 설립이 늘어나는 것은 현지에서 한국계 기업 영업 의존도를 줄이고 현지 고객 비중을 확대하려는 전략이 반영된 것”이라며 “앞으로 은행이 위험 관리를 강화하도록 지도하고 본점의 국외 영업점 관리실태를 중점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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