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별 카드론 리볼빙 금리 현황
카드사들 “저금리” 유인
실제로는 최고 30% 육박
자금운영 편해 경쟁 치열
매년 수조원씩 수익 올려
금감원, 마케팅 과열 경고
실제로는 최고 30% 육박
자금운영 편해 경쟁 치열
매년 수조원씩 수익 올려
금감원, 마케팅 과열 경고
회사원 김진우(40·가명)씨는 지난해 8월 아버지가 큰 수술을 받아 목돈이 필요했다. 은행 마이너스 통장이 있긴 했지만 한도가 꽉 차 더 이상 대출을 받기 힘들었다. 마침 김씨의 휴대전화로 한 카드사에서 카드론 대출을 권유하는 전화가 왔다. 카드론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신용등급이 높아 금리가 저렴하다고 했다. 캐피탈이나 저축은행, 대부업체 보다 이자도 낮고 첫 달과 둘째 달은 금리 연 5%만 내면 된다고도 했다. 그 뒤에는 신용도에 따라 연 7.6~26.9%의 금리가 적용된다고 했다.
경황이 없던 김씨는 카드론으로 1000만원을 대출받았다. 몇 달 뒤 김씨는 카드명세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연 이자가 26%에 이르렀다. 지금 김씨는 한 달에 이자만 21만원 가량을 낸다. 김씨는 “카드론 이자가 싼 것처럼 말하더니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이자가 무슨 차이가 있느냐”며 “카드사들이 현금서비스 보다 대출 한도가 큰 카드론으로 대출 장사를 하고 하는 게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주요 카드사들이 카드론이나 리볼빙 같은 현금대출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크게 늘리고 있는 가운데, 상당수 이용자들이 최고 30%에 육박하는 고금리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가계 채무상환능력 저하 등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해 카드사들의 과당 경쟁을 경고하고 나섰지만, 그 증가세를 쉽게 꺾지는 못하고 있다.
4일 금융감독원 집계를 보면, 카드사들의 카드론 대출 잔액은 2010년 상반기에만 13조2000억원에 이른다. 이는 2009년 한해 동안의 대출 잔액(11조4000억원)보다도 훨씬 넘어선 규모다. 이런 추세라면 지난해 카드론을 통해 무려 20조원이 대출됐음을 추정할 수 있다. 리볼빙을 통한 현금대출도 2007년 3조500억원에서 2008년 4조9900억원, 2009년 5조700억원으로 늘어나다가 지난해 상반기에는 5조1800억원으로 불어났다.
카드사들이 앞다퉈 현금대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은 가맹점 수수료가 떨어지면서 신용판매 부문의 수익이 줄어들고 있는데다 현금서비스의 취급수수료도 인하되고 있는 반면, 현금대출을 통한 ‘고금리 장사’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매우 짭짤하기 때문이다. 신용카드사들은 신용 7등급 이상의 우량 고객을 대상으로 카드론과 리볼빙 서비스를 하면서 30%에 육박하는 최고금리를 챙기고 있다.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현금서비스의 금리와 별 차이가 없을 정도다. 여신금융협회가 집계한 신용카드사별 이자율 현황을 보면, 카드론은 4.75~27.90%, 리볼빙은 5.9~28.80%의 금리를 매기고 있다.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금리가 7.80~29.83%인 것과 견줘 보면, 최고금리 차이는 1~2%포인트 정도에 그친다. 리볼빙 부문에선 카드사들이 지난해 상반기에만 6134억7400만원의 수익을 거뒀다.
카드론은 한 달 뒤 바로 결제해야하는 신용카드 현금서비스와 달리,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24개월에 걸쳐 원리금을 갚아 나가는 대출이다. 현재 케이비(KB)카드가 27.90%로 가장 비싼 최고금리를 적용하고 있고, 다음으로 현대카드(27.50%)와 전북은행(27.50%) 등의 차례다. 카드대금의 일정 비율만 결제하면 나머지 금액은 장기 대출형태로 전환해주는 리볼빙은 케이비카드가 28.8%로 가장 비싼 최고금리를 적용하고 있고 외환은행(28.74%)과 롯데카드(28.18%)가 뒤를 잇고 있다.
카드사들은 보통 5%대 금리의 카드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 뒤, 카드론·리볼빙 서비스를 해주고 있다. 카드론·리볼빙 서비스는 현금서비스에 견줘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현금서비스는 미사용 한도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지만 카드론은 그럴 필요가 없는데다 만기가 길어 안정적인 자금운영이 가능하다는 점도 카드사들이 대출경쟁에 나서는 배경이 되고 있다. 이준수 금융감독원 여신전문총괄팀장은 “카드사들의 현금서비스 금리는 계속 떨어지고 있는데 반해 카드론·리볼빙 서비스 금리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며 “카드사들이 카드론·리볼빙 서비스와 관련해 무리한 경쟁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불합리한 금리 결정 관행은 없는지를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명진 스님 “포항 ‘형님파’가 대한민국 거덜낸다”
■ MB 지지율 50% 넘었는데 한나라당은 떨떠름
■ 구제역 아닌 곳도 백신…예방효과 ‘미지수’
■ 뱀과의 전쟁, 공군까지 동원해 ‘쥐 폭탄’ 투하
■ 현금수송차 탈취용의자 잡고보니…
■ 종편 4개는 무책임 극치…채널·광고 추가특혜땐 ‘월권’
■ 트랜스젠더 수감중 자해 ‘국가 배상’…“심리불안 상태인데 가위 건네” 판결
<한겨레 인기기사> ■ 명진 스님 “포항 ‘형님파’가 대한민국 거덜낸다”
■ MB 지지율 50% 넘었는데 한나라당은 떨떠름
■ 구제역 아닌 곳도 백신…예방효과 ‘미지수’
■ 뱀과의 전쟁, 공군까지 동원해 ‘쥐 폭탄’ 투하
■ 현금수송차 탈취용의자 잡고보니…
■ 종편 4개는 무책임 극치…채널·광고 추가특혜땐 ‘월권’
■ 트랜스젠더 수감중 자해 ‘국가 배상’…“심리불안 상태인데 가위 건네” 판결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