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취급기관 주택담보대출 증가액 추이
지난달 증가액 4년만에 최고치 4조9천억 집계
전세난에 주택수요 늘고 DTI 규제완화도 원인
전세난에 주택수요 늘고 DTI 규제완화도 원인
최근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면서 주택담보대출이 ‘거침없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5조원에 육박하는 등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중이다. 가계부채 문제가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대출이 급증세를 보이면서 시장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 주택담보대출 ‘과속주의보’ 6일 금융감독원의 집계를 보면, 지난해 12월 예금취급기관의 주택담보대출은 4조9000억원 늘어났다. 부동산 거품 논란이 거셌던 2006년 11월,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5조1000억원을 기록한 이후 최대 규모다. 이에 따라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잔액도 379조3000억원으로 사상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월평균 증가액은 3조원대에 머물렀으나, 지난해 8월 이후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증가액은 지난해 3월 증가액(3조원)에 견줘 9개월 만에 63% 급증한 수치다. 금융당국은 주택 거래가 활발해지고 있다는 점을 대출 증가의 주된 이유로 꼽는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주택 구입으로 선회한 수요가 늘어난데다, 정부가 부동산 경기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집값이 더는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심리적 효과’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지난 8월 말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한시적으로 폐지하고, 생활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는 한도를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조정한 것도 배경으로 지목된다.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생활자금 비중은 30%에서 45%로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주택거래 비수기인 11월과 12월에도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집값이 더 떨어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주택구입자금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 가계발 ‘빚폭탄’ 계속 커진다 가계부채가 780조원에 이르는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하면서 가계와 금융권의 부실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 금리 인상이 본격화할 경우, 저소득층과 금융취약계층의 타격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부가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데다,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대출 시장에 나설 태세여서 증가 추세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이날 16개 국내 은행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출행태 서베이(조사) 결과’를 보면, 가계대출 수요는 떨어졌지만 주택담보대출 수요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수로 환산한 가계대출 수요는 지난해 4분기 6에서 올 1분기 3으로 줄었으나, 주택담보대출은 같은 기간 3에서 6으로 늘어났다. 이 지수는 높을수록 은행들이 대출에 적극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부동산 시장의 회복 분위기에 겹쳐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역시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우선 예대율 규제 등을 통해 가계대출 증가 속도를 늦추고, 대출 구조를 바꿔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거치기간을 줄이고 원리금 분할상환을 확대하면 전체 가계대출 잔액이 매년 줄어들게 된다”며 “대출 구조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국제·거시금융연구실장은 “시중 유동성이 주택 시장으로 몰리면서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대출도 늘어나면서 가계부채 ‘폭탄’은 계속 커지고 있는 형국”이라며 “대출 구조를 개선하고, 3월까지 한시적으로 해제한 디티아이 규제도 반드시 부활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혜정 정혁준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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