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등 저신용자 대상 예금수취 금융기관
PF대출 등 경영부실 탓 최근 구조조정 내몰려
PF대출 등 경영부실 탓 최근 구조조정 내몰려
최근 4대 금융지주회사들이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하겠다고 밝히면서,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그동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매달리는 등 덩치 키우기에만 급급했던 행태가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오고 있는 것입니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이 본연의 업무인 서민금융기관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정책 방향을 잡았습니다.
그런데 금융기관이면 금융기관이지, ‘서민’금융기관은 무엇일까요. 케이비(KB)국민은행이나 신한은행 등 대형 은행의 경우, 신용도가 최소한 5등급 이상인 우량 고객을 대상으로 영업을 합니다. 이 때문에 신용도가 낮거나 소득이 적은 이들은 시중은행의 문턱을 넘기 쉽지 않습니다. 이처럼 대형 금융기관이 외면한 서민들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곳을 서민금융기관이라고 부릅니다.
각 나라마다 정의가 다르지만, 우리나라에선 “은행을 제외한 예금수취 금융기관”(이건호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으로서 저축은행, 상호금융기관, 새마을금고가 서민금융기관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상호금융기관은 농협·신협·수협·산림조합을 말합니다. 신용금고가 이름을 바꾼 저축은행은 지역의 서민, 소규모기업을 대상으로 여·수신 업무를 하도록 되어있습니다. 새마을금고와 상호금융기관은 각 조합원에 대한 여·수신 업무를 통해 조합원끼리 ‘상부상조’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즉 서민금융기관의 공통점은 일정 지역을 기반으로, 그곳에 사는 서민과 소상공인 금융의 ‘실핏줄’ 구실을 하는 것입니다. 저축은행의 영업권역이 제한되어 있는 것도 이런 취지입니다. 하지만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이들 서민금융기관의 구실은 퇴색되어 왔습니다. 강화된 건전성 기준에 맞추려다보니 부실 가능성이 큰 저신용자 소액대출을 꺼리고, 과학적인 리스크 관리 기법이 없으니 연체율이 높은 서민 소액대출을 외면해온 것이죠. 반면 예금 비과세(상호금융기관)와 5000만원 예금자 보호(저축은행) 혜택 덕에 꾸준히 들어오는 예금을 바탕으로, 유가증권이나 부동산 피에프 대출에 ‘다걸기’하면서 자산키우기에 열을 올렸습니다. 결국 시중은행에서 발길을 돌렸던 서민들은 대부업체의 고금리 시장으로 내몰리고, 서민금융기관은 잘못된 투자로 경영부실에 허덕이는 상황에 이른 것입니다.
그럼에도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소액신용대출을 적극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곳은 서민금융기관이 유일합니다. 금융위기 이후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상황에서, 대형 시중은행들이 저신용층에 대한 신용대출 업무를 확대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부실 저축은행의 구조조정 고삐를 죄고, 햇살론 같은 저신용자 대상 대출상품을 서민금융기관에서 취급하도록 한 것도, 결국 서민금융기관의 ‘제자리 찾기’를 위한 한 방편인 셈입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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