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생산자물가 상승률
원유 등 원자재값 급등
설 앞 과일·채소값 올라
사과도매 1년만에 2배
설 앞 과일·채소값 올라
사과도매 1년만에 2배
설을 앞두고 서민물가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생산자물가 지수가 2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도매물가를 나타내는 생산자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만큼 물가 상승 압력을 더 키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10일 내놓은 ‘12월 생산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는 전년 동기에 견줘 5.3% 올랐다. 이는 2008년 12월(5.6%) 이후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높아진 것은 원유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데다 채소와 과일 등 농림수산품 가격이 고공 행진을 지속한 결과다.
공산품 가운데 석유제품(11.3%)은 6개월 만에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1차 금속제품(17.7%)은 23개월 만에 최고치를, 화학제품(10.3%)은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과실과 채소류 값은 지난해 가을부터 이어진 작황 부진에다 설을 앞두고 가격 상승을 기대한 출하물량 조절까지 겹쳐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지난달 과실 값 상승 폭(82.9%)은 2004년 4월(85.3%) 이후 가장 큰 오름세를 보였다. 채소 가격은 41.4% 올랐는데, 배추(210.4%)와 무(170.8%), 마늘(131.3%), 파(78.3%) 등이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곡물(4.2%)도 23개월 만에 최고치로 올랐다.
최근 농수산물유통공사 조사로는, 지난주 사과 도맷값(15㎏ 기준)은 1년 전(4만8010원)에 비해 갑절인 9만400원으로 뛰었다. 감귤(15㎏)도 지난해 1만8100원에서 2만9520원으로 올랐으며, 딸기(1㎏)는 9000원대에서 1만4000원대로 40%가량 뛰었다. 이에 따라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의 과일 세트상품은 20%가량 값이 올랐으며, 업체마다 제품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이충모 홈플러스 과일팀장은 “이상 기온과 태풍 등 기상악재로 사과와 배의 전체 생산량이 감소한데다 크기가 적고 외관이나 색도 지난해보다 떨어져 전반적으로 가격이 올랐다”고 말했다. 이병두 한은 물가통계팀 차장은 “특히 농림수산품은 폭설과 같은 계절적 요인에다 다음달 설을 앞두고 출하가 지연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정혁준 김은형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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