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친 뒤 기준금리 인상 내용을 발표하려고 기자실로 향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예상밖 기준금리 인상 배경
정부 안정대책 발맞춰…12년만에 1월인상
“3월 또 올릴것” “추가인상 최소화” 전망 갈려
정부 안정대책 발맞춰…12년만에 1월인상
“3월 또 올릴것” “추가인상 최소화” 전망 갈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3일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것은, 통화고삐를 죄어 당장 물가 오름세를 잡겠다기보다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 기대심리를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한은 금통위가 ‘물가 안정’과 ‘경제 성장’의 딜레마에서 일단 물가 안정을 선택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물가가 들썩거릴 때 선제적으로 대응을 하지 못한 채 뒷북대응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 기준금리 인상 배경 김중수 한은 총재는 금통위 바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경기 상승이 이어지고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돼 인플레 기대심리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확산을 막는 데 주안점을 두고 향후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애초 시장에선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설을 앞두고 자금수요가 많은 연초라는 부담도 있는데다, 이날 정부의 물가 안정종합대책 발표도 예정돼 있어 금리 인상 시기를 한 템포 늦출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실제로 이날 회의에서 금통위원들은 기준금리 인상을 놓고 2시간 동안 격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금통위원은 이례적으로 1월부터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시장에 신호를 너무 강하게 줄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며 금리 인상에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은이 통화정책 운영체계를 통화량 조절에서 금리목표제로 전환한 1999년 5월 이후 1월에 기준금리를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진통을 겪으면서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올린 데에는, 무엇보다 물가 불안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소비자 물가가 지난 9월 이후 넉달 연속 3~4% 선의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는데다 이번달엔 물가 안정 목표 상한선인 4% 선마저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선 이번 금리 인상이 한은의 독자적인 판단이라기보다는 ‘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한 정부와 정책공조를 맞추기 위해 이뤄진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 본격적인 출구전략일까? 앞으로 금리 인상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이정범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연초부터 금리 인상이 단행되면서 향후 금리 인상의 템포가 빨라질 가능성도 커졌다”며 “3월에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여삼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한은이 분기마다 기준금리를 올려 올해 말 기준금리가 3.5%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에 박혁수 현대증권 연구원은 “정부는 기본적으로 성장 중심의 정책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물가 안정에는 최대한의 행정력을 동원하고 금리 인상은 최소한으로 하기를 원할 것”이라며 “이번 금리 인상은 정책당국이 물가에 올인하고 있다는 ‘보여주기식’ 금리 인상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편 시장의 예상을 빗겨난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날 금융시장에선 채권가격이 급락(금리상승)하는 등 크게 출렁거렸다. 코스피는 오전 한때 ‘2100’ 선을 넘어 2109까지 올랐으나, 옵션만기일 프로그램 매물과 기준금리 인상 영향으로 전날보다 5.47포인트(0.46%) 떨어진 2089.48로 장을 마쳤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도 전날보다 5.2원 하락한 1114.2원으로 마감됐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실제로 이날 회의에서 금통위원들은 기준금리 인상을 놓고 2시간 동안 격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금통위원은 이례적으로 1월부터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시장에 신호를 너무 강하게 줄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며 금리 인상에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은이 통화정책 운영체계를 통화량 조절에서 금리목표제로 전환한 1999년 5월 이후 1월에 기준금리를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진통을 겪으면서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올린 데에는, 무엇보다 물가 불안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소비자 물가가 지난 9월 이후 넉달 연속 3~4% 선의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는데다 이번달엔 물가 안정 목표 상한선인 4% 선마저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선 이번 금리 인상이 한은의 독자적인 판단이라기보다는 ‘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한 정부와 정책공조를 맞추기 위해 이뤄진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 본격적인 출구전략일까? 앞으로 금리 인상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이정범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연초부터 금리 인상이 단행되면서 향후 금리 인상의 템포가 빨라질 가능성도 커졌다”며 “3월에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여삼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한은이 분기마다 기준금리를 올려 올해 말 기준금리가 3.5%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에 박혁수 현대증권 연구원은 “정부는 기본적으로 성장 중심의 정책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물가 안정에는 최대한의 행정력을 동원하고 금리 인상은 최소한으로 하기를 원할 것”이라며 “이번 금리 인상은 정책당국이 물가에 올인하고 있다는 ‘보여주기식’ 금리 인상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편 시장의 예상을 빗겨난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날 금융시장에선 채권가격이 급락(금리상승)하는 등 크게 출렁거렸다. 코스피는 오전 한때 ‘2100’ 선을 넘어 2109까지 올랐으나, 옵션만기일 프로그램 매물과 기준금리 인상 영향으로 전날보다 5.47포인트(0.46%) 떨어진 2089.48로 장을 마쳤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도 전날보다 5.2원 하락한 1114.2원으로 마감됐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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