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유권해석 “승인없이 지분 10%까지 보유 가능”
국민연금이 시중은행의 최대 주주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국민연금이 ‘금융자본’이라는 해석이 나오면서, 그간 주춤했던 금융회사에 대한 공격적 투자가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정례회의를 열어 국민연금 등 공적연기금이 사모펀드(PEF)를 통해 제조업 등 비금융회사 주식을 일정 규모 이상 소유하더라도, 은행법이 정한 산업자본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고 13일 밝혔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은 금융위 승인 없이 은행의 지분을 최대 10%까지 보유할 수 있게 됐다. 현행 은행법은 한 금융회사가 자회사를 통해 여러 곳의 비금융회사 주식을 30%씩 이상 보유하고, 그 주식의 총합이 2조원을 넘을 경우, 이 금융회사를 ‘산업자본’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경우, 은행 지분을 소유하려면 의결권이 있는 주식은 최대 9%, 의결권이 없는 주식은 10%까지만 소유할 수 있었다. 또 지분이 4%를 초과하면서 1대 주주가 되면, 은행 지분을 추가 매입할 때마다 매번 금융위 승인을 받아야 한다.
국민연금은 현재 사모펀드 등을 통해 4조원에 이르는 비금융회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 자본 성격에 대한 의문이 제기돼왔다. 그러나 금융위는 공적연기금은 국가재정법상 비금융회사 주식을 취득하더라도 의결권이 없는 재무적 투자자로만 참여할 수 있어, 산업자본으로 보기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다. 국민연금은 그간 금융회사의 주식을 1대 주주가 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5~8%만 보유해왔으나, 이번 결론으로 주요 시중은행의 최대 주주로 올라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국민연금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특히 외환은행 인수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던 하나금융지주와 민영화를 앞두고 있는 우리금융지주의 표정이 밝아졌다. 케이비(KB)금융지주는 오는 9월까지 자사주 11%를 매각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참여할 길이 열린 것이다. 황석규 교보증권 수석연구원은 “국민연금이 금융당국 승인 없이 은행 지분을 10%까지 소유할 수 있게 된 것은 특히 케이비금융과 하나금융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주식시장에서 은행주들은 국민연금의 지분 확대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과 기준금리 인상 소식이 겹치면서 코스피 지수의 내림세를 거스르며 일제히 오름세를 보였다. 하나금융지주가 3.78%로 가장 많이 올랐고, 케이비금융 3.08%, 신한지주 3.14%, 우리금융 2.33% 등 4대 금융지주가 모두 강세였다.
최혜정 이재성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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