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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의 진풍경…“짬뽕서 오징어 찾으면 로또 당첨”

등록 2011-01-23 21:08수정 2011-01-24 08:49

짬뽕
짬뽕
외식비·목욕료등 줄인상
기대인플레 심리도 확산
“3월엔 대폭 인상 가능성”

정부 ‘물가와 전쟁’ 무색
관치식통제 발상도 한몫
개인서비스 요금도 들썩

주요 생활필수품에 이어 개인서비스 요금 오름세도 심상치 않다. 정부가 물가를 잡기 위해 주요 부처에 총동원령을 내리다시피 했지만, 각종 식료품과 농산물 등 장바구니 물가에 이어 외식비와 목욕료, 학원비 등 개인서비스 요금까지 들썩거리고 있다.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 인상 도미노 조짐까지 보인다.

서울 성북구 돈암동에 사는 주부 이정희씨는 지난 22일 저녁 동네 중국음식점에 탕수육 세트(탕수육과 자장면 2개)를 배달시키고 1000원 인상된 1만3000원을 지불해야 했다. 삼선볶음짬뽕 값은 6000원에서 7000원으로 뛰었다. 이 음식점의 권오승 사장은 “우리도 재료비가 치솟아 죽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짬뽕에 들어가는 오징어는 3년 전 한 짝에 1만3000원 했으나 지금은 8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권 사장은 “요즘 짬뽕에서 오징어를 찾는다면 로또에 당첨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허탈해했다.

서울 종로구 구기동 북한산 입구에 있는 대중목욕탕 ‘ㅅ암반수사우나’는 새해 들어 입욕료를 5000원에서 6000원으로 20% 인상했다. 목욕탕 주인은 “석유 값과 비누·타월 같은 소모재가 한꺼번에 올라 부득이하게 인상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한 전화영어 학원의 수강료도 24만원(3개월 기준)에서 30만원으로 올랐다.

연초부터 물가상승 움직임이 심각한 가운데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한 음식점 입구에 돼지고기값 상승으로 족발 값을 인상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연초부터 물가상승 움직임이 심각한 가운데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한 음식점 입구에 돼지고기값 상승으로 족발 값을 인상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서민생활과 밀접한 개인서비스 요금은 한번 오르게 되면 되돌리기 힘든데다 물가 오름세 심리를 더 자극할 공산이 크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보통 연초에 기업들이 제품 가격을 올리면, 3월에 학원비와 외식비 등 서비스 가격도 따라 오른다”며 “지난 5년 동안 1월과 2월의 평균 서비스물가는 전달에 견줘 0.3~4%가량 오르는 데 그쳤으나 3월은 1.5% 안팎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그는 “3월 들어 서비스 요금이 대폭 오를 가능성이 높은데 서비스 물가는 한번 올라가면 내리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지속되고 사람들이 앞으로도 물가가 계속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는 ‘기대 인플레이션’(물가 오름세 심리)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2분기까지 3%에 머물렀던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3분기 이후 조금씩 높아져 지난해 10월 3.4%, 12월엔 3.3%대로 꾸준히 상승 추세다.

기대 인플레이션율 추이
기대 인플레이션율 추이
기대 인플레이션 확산은 정부와 한은의 ‘뒷북 대응’이 한몫했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해 하반기 들어 소비자물가·생산자물가·수입물가 등 각종 물가지표에서 빨간불이 켜졌지만 성장 기조에 초점을 맞춰온 정책 당국은 선제적인 대응을 하지 않다가 물가가 급등하자 뒤늦게 부산을 떨었다. 그러나 한번 고삐가 풀린 물가 오름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지난 21일 물가안정대책회의를 연 정부는 최근 원가상승 등을 이유로 개인서비스 요금이 상승하고 있어 행정안전부와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요식업협회 등과 간담회를 여는 한편, 가격 과다인상과 편승인상, 짬짜미(담합) 등 불공정행위에 대해 공정위를 중심으로 감시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가 물가를 잡기 위해 총공세를 펼치고 있음에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은 가격 동결과 현장 조사의 1970~80년대 관치식 물가통제 발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데 원인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이명박 대통령이 물가안정 의지를 밝히면서 동시에 5%대의 고성장을 강조하며 시장에 상반된 시그널을 보내고 있는 점 역시 시장에는 불확실성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진영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서비스 부문이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이르러 서비스 부문의 물가불안은 전체 물가 상승에 크게 영향을 끼친다”며 “최근까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던 서비스 부문까지 물가불안 심리가 확대될 경우 미시적 가격 대책은 효력을 상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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