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3000억달러에 육박한 가운데, 미국 정부가 우리나라의 외환시장 개입 문제를 직접적으로 거론해 그 배경이 주목된다.
미 재무부는 지난 4일 ‘세계 경제 및 환율정책’ 보고서에서 “한국은 공식적으로 시장결정 환율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한국은행이 원화 가치의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6개월마다 의회에 제출되는 이 보고서는 외환보유액이 대거 늘어난 데서 우리나라의 외환시장 개입을 단적으로 읽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7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1월 말 외환보유액’을 보면, 지난달 말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한 달 전보다 43억9000만달러(1.5%) 증가한 2959억6000만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계속 커져가는 가운데 나온 미국 정부의 이런 언급은 자칫 원-달러 환율을 더 낮추라는 압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보고서는 지난해 말 원화가치가 금융위기 이전 2007년의 최고점보다 24% 저평가됐다고 지적하면서 실질실효 환율에 비춰볼 때 원화가치가 5~20% 낮게 평가돼 있다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추정치를 덧붙였다. 한은 관계자는 “보고서 내용에 대해 즉흥적으로 답변할 만한 사항은 아닌 것 같다”고 즉답을 피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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