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가치 절상률 2.7%…일·중보다 껑충
국고채 금리 4.1%…10개월만에 최고치
물가안정 도움…수출·가계빚엔 큰 부담
국고채 금리 4.1%…10개월만에 최고치
물가안정 도움…수출·가계빚엔 큰 부담
설 연휴가 끝나자마자 원-달러 환율이 급락(원화 강세)하고 채권 금리가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물가안정에 도움이 되지만, 수출기업의 채산성을 악화시켜 한국 경제에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8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8원 내린 1104.7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7일에도 원-달러 환율은 9.40원 하락했다. 환율이 1110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11월11일(1107.90원) 이후 석달 만이다.
원화가치는 신흥국 및 수출경쟁국인 일본에 견줘 최근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올 들어 8일 현재까지 미국 달러화를 기준으로 한 주요국 통화가치 절상률은 우리나라가 2.7%로, 일본(-1.0%), 중국(1.0%), 태국(-2.2%), 싱가포르(1.4%), 오스트레일리아(-0.4%) 등에 비해 월등히 높다. 이는 지난해 무역수지 흑자 등 원화 강세 요인이 많았지만, 북한의 연평도 포격 등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면서 원화가치가 제대로 시장에서 평가되지 못하다가 최근 한꺼번에 반영된 결과로 전문가들은 풀이한다. 최근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고, 외환당국이 시장 개입에 적극 나서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환율 하락의 배경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상반기 안에 1000원대로 내려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1000원대로 하락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당국도 물가에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용인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원화 강세는 수입물가를 낮춰 물가를 안정시키지만, 수출기업의 채산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 또 환율이 달러당 1000~1050원 부근으로 떨어지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물 주식이나 채권을 집중 매도해왔다는 점에서 증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전망이다.
채권 금리는 오름세다. 지난 7일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4.1%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3월10일(연 4.08%) 이후 10개월 만에 최고치다. 채권 금리 상승은 금융권의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빚을 낸 가계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91일물 양도성 예금증서(CD) 금리도 8일 0.01%포인트 올라 3.09%를 기록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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