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반적으로 물가 불안이 커져가는 가운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1일 기준금리를 연 2.75%로 동결했다. 한은은 1월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이날 금통위 회의 뒤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경기는 수출과 내수가 다 같이 늘어나 상승세를 이어가겠지만 구제역, 이집트 사태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등이 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이라고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물가 불안 속에서도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두 달 연속 인상하면 경기 상승세의 발목을 잡고 가계와 기업의 대출이자 부담이 가파르게 늘어 경제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 동결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높은 인플레 기대심리가 유지되고 물가 상승 압력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에 “인플레 기대심리가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한 것보다 물가 불안 확산에 대한 우려를 더 강하게 드러낸 것이다. 김 총재는 “오늘 기준금리 동결이 금융통화위원 만장일치가 아니었다”고 말해 일부 위원은 물가 불안에 대처하기 위해 금리 인상을 주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금통위가 이르면 다음달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각종 지표상으로도 물가는 이미 비상등을 켰다. 이날 한은이 내놓은 ‘1월 생산자물가지수’를 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6.2% 올라 2008년 11월(7.8%) 이후 2년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파로 채소가 47.2%, 과실이 74.8% 급등했고, 축산물도 구제역 여파로 15.2% 올랐다. 지난달에 견준 축산물 가격은 19.2% 올라, 생산자물가지수 편제가 시작된 1965년 이래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초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로 서비스가격도 1.8% 올랐다. 전세 및 관광버스료가 21%, 국제항공료가 6.3% 상승했다. 전력·수도·가스 등 공공요금도 3.2% 올랐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