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내정자(가운데)가 14일 오후 신한은행 본점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라응찬·이백순 이사직 사퇴
내분사태 마무리 ‘모양새’
장기집권 탓 투명성 결여
지배구조 개선 주요과제로
내분사태 마무리 ‘모양새’
장기집권 탓 투명성 결여
지배구조 개선 주요과제로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 내정
최고경영진의 내분으로 극심한 혼란을 겪었던 신한금융지주가 14일 새로운 분기점을 맞았다. 한동우(63) 전 신한생명 부회장을 새 수장으로 내정한 데 이어 이른바 ‘신한사태’의 핵심 당사자인 라응찬 전 회장과 이백순 전 행장이 신한지주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라 전 회장의 지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한 내정자가 풀어야 할 과제는 만만치 않다. 20년 동안 장기집권하며 ‘1인 체제’를 구축했던 라 전 회장의 그늘에서 벗어나, 상처투성이의 조직을 추스르고 아우르는 일이 한 내정자에게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 ‘친라’ 꼬리표 떼고 ‘조직 화합’ 이룰까 먼저 신한금융의 새 회장 후보로 한 전 부회장을 선임한 것을 두고서는 “변화와 단절보다는 안정과 계승을 택했다”는 평가가 많다. 때마침 라 전 회장과 이 전 행장이 등기이사직에서 사퇴하기로 하면서, 금융권 초유의 최고경영자 간 내분 사태는 일단 외형적으로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회장 후보 선임 과정에서 한 내정자와 경쟁한 한택수 국제금융센터 이사회 의장은 재무 관료 출신으로, 라 전 회장에 반감을 가진 재일동포 사외이사들의 지지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영휘 전 신한금융 사장은 내부 출신이지만 재임 시절 라 전 회장과 갈등을 겪다 해임됐기 때문에, ‘라응찬 시대’와 단절할 수 있는 후보로 꼽혔다. 반면 한 내정자는 본인의 부인에도, 라 전 회장과 국내 사외이사들의 지지를 받은 후보로 인식돼 왔다. 신한금융 특별위원회가 추대라는 방식으로 한 내정자를 차기 회장 후보로 선택했지만 추대 절차를 거치기 전에 표결이 있었고, 한 내정자는 근소한 표차로 한 의장을 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한 내정자는 신한사태와 회장 선임 과정을 거치면서 분열된 조직을 통합시키는 한편, 조직 내부의 변화 열망도 수용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떠안게 됐다. 실제로 한 내정자가 이날 차기 회장 후보로 선임된 뒤 최우선으로 강조한 게 조직 화합이었다. 그는 “‘친라(친 라응찬) 후보, 반라 후보’ 이야기가 나올 때 제일 가슴 아팠다”며 “형님 같고 선배 같은 마음으로 다 끌어안을 것이지만, 분파주의가 계속된다면 조처도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재일동포 사외이사들이 한 내정자를 지지하지 않았다는 지적에는 “후보들 중에 내가 재일동포들과 가장 오랫동안 교분을 나눈 사람”이라며 “재일동포의 창업이념을 계승하면서 선진 자본을 도입해 글로벌화된 금융 조직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 지배구조 개선 이룰지 주목 한 전 부회장이 신한금융의 새 수장으로 내정된 이날 신한사태의 당사자인 라 전 회장과 이 전 행장은 다음달 주주총회 때 등기이사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두 사람과 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은 사태 이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등기이사직은 그대로 유지해왔다. 라 전 회장과 이 전 행장의 등기이사직 임기는 각각 2013년 3월과 2012년 3월로 아직 상당 기간 남아 있다. 신 전 사장은 다음달 등기이사직 임기가 끝나기 때문에, 신한사태의 핵심 당사자 3명이 모두 물러나게 되는 셈이다.
이날 라 전 회장이 전격적으로 등기이사직 사퇴 의사를 표명한 것은 ‘회장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등기이사직을 유지하면서 막후에서 경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논란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의 지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한 내정자가 새 회장에 추대된 마당에 더 이상 시빗거리를 주지 않으려는 생각도 작용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신한은행 노조는 “신한사태를 일으킨 장본인들은 즉각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한 내정자는 또 최고경영자의 임기를 명확히 하고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을 구축하는 등 지배구조를 개선해, 이른바 ‘시이오(CEO)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할 과제도 안고 있다. 특히 신한금융은 경영진 내분 사태로, 시이오의 장기집권에 따른 투명성 결여 등 여러 가지 폐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이런 취약한 지배구조 문제를 신한금융의 새 수장으로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주목된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신한사태 일지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 후보 약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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