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기준금리 추이 / 개인부문 부채 추이
2007년말 이후 20% 증가
금리인상땐 금융부실 우려
금리인상땐 금융부실 우려
이명박 정부에서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가계부채는 한국경제가 맞닥뜨린 최대 난제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개인부문 금융부채는 지난해 9월 현재 896조9000억원에 이른다. 2007년 말(744조2000억원)에 견줘 20%(152조7000억원)나 늘었다. 문제는 가계의 채무상환능력이다. 2009년 현재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43%에 이른다. 2007년 136%, 2008년 139%에 이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소득보다 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뜻으로, 그만큼 부실화의 위험이 커졌다는 말이기도 하다.
가계들이 앞다퉈 빚을 늘린 데는 이명박 정부의 저금리 기조가 큰 몫을 했다. 지난 2008년 9월 세계 금융위기가 본격화하면서, 한은은 연 5.25%에 이르던 기준금리를 2009년 2월엔 2%까지 낮췄다. 경기 부양을 위한 ‘고육책’이었지만, 이후 경기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도 계속 저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비정상적으로 낮아진 금리는 가계 대출 확대로 이어졌다.
부동산 경기 부양을 염두에 둔 정책 역시 가계부채 급증의 요인이다. 정부는 지난해 8월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한시적으로 총부채상환비율(DTI)을 해제했다. 이후 가계대출 규모는 빠르게 늘어, 지난해 12월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지난해 3월 증가액(3조원)에 견줘 9개월 만에 63% 늘었다.
‘공룡’이 된 가계부채는 이제 정부 경제정책 운용의 발목을 잡고 있다. 물가급등으로 금리 인상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가계가 부담할 이자가 늘어 부실 우려가 커진다는 점이 고민이다. 또 집값이 떨어지면 금융기관의 담보가치가 떨어져, 결국 가계부실이 금융부실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이은미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가계부채가 추가적으로 급증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디티아이 등 금융정책을 부동산 대책이 아닌 거시건전성 정책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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