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조직개편
직군제 폐지등 13년만에 개편…외환운용 조직확대
노조 “총재에 권한 집중돼 독립성 훼손 우려” 비판
노조 “총재에 권한 집중돼 독립성 훼손 우려” 비판
한국은행이 직군제 폐지와 총재 권한을 강화하는 것을 뼈대로 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조직체계와 운영방식 전반을 바꾸는 대대적인 개편 작업은 1998년 한은법 개정에 따른 개편 이후 13년 만이다. 이번 조직개편으로 김중수 총재의 친정체제가 공고히 되면서 중앙은행 독립성 훼손 논란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21일 5명의 부총재가 담당 부서의 인사와 예산을 총괄하는 직군제를 폐지하고 지역본부를 축소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앞서 한은은 조직개편을 위해 지난해 6~10월 4개월 동안 4억3000만원을 들여 외부컨설팅을 진행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직군제 폐지다. 직군제는 직무의 연관성·유사성이 높은 본부 국·실에 5개 직군을 정하고 2~4급 직원은 원칙적으로 소속 직군 안에서만 근무하도록 한 제도다. 한은은 직원들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지난 1999년부터 5명의 부총재보를 중심으로 한 직군제를 운영해 왔다.
직군제 폐지되면 그동안 해당 직군장인 부총재보가 가졌던 권한의 대부분을 국장에게 이양될 전망이다. 대신 부총재보들은 신설되는 총재 자문기구인 ‘경영인사위원회’ 위원으로서 한은 전반의 경영·인사사항을 맡도록 했다. 사실상 총재가 해당 국장들에게 직접 보고를 받고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꿔, 총재 직할체제를 강화한 것이다.
상위 조직도 축소한다. 한은은 국·실을 30개에서 26개로 줄이고, 16개 부서(12국 2실 1원 1센터)를 15개 부서(11국 1실 3원)로 개편하는 한편 국 소속 14개 실은 11개로 줄인다. 또 이에 맞춰 1급 직원 4명을 포함해 21명의 정원을 줄인다.
전문성이 큰 외화자금국은 인사·조직운영의 자율성을 강화한 ‘외자운용원’으로 개편된다. 원장 및 간부직원은 대내외 직책공모로 선임할 예정이다. 이는 현재 3000억달러에 육박한 외환보유액 운용의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수석이코노미스트 제도도 도입돼 전체적인 중장기 연구과제를 발굴·조정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이와 함께 한은은 발권업무를 대형 지역본부로 집중시키고, 지역본부를 축소하는 등의 지방조직 개편을 오는 2012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한은은 조직개편안이 확정됨에 따라 여기에 맞춰 오는 28일 정기인사를 단행할 계획이다. 정기인사에서 고참 국·실장은 대거 보직에서 물러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 안팎에선 대대적 인사와 함께 김중수 친정체제가 더 강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배경태 한은 노조위원장은 “이번 조직개편의 특징은 모든 권한이 총재에게 집중돼 한은 직원들이 총재 얼굴을 보고 일해야 하는 결과를 낳을 우려가 있다”며 “권한이 총재로 집중되면 통화정책 등 한은은 각종 의사결정이 한 사람의 가치관에 따라 좌지우지될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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