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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한은, 청와대에 ‘경제 정례보고’

등록 2011-03-02 08:17수정 2011-03-02 10:54

‘현 경기국면에 대한 평가’라는 제목의 5쪽짜리 보고서
‘현 경기국면에 대한 평가’라는 제목의 5쪽짜리 보고서
동향분석 ‘VIP 브리프’ 실체 확인…독립성 훼손 논란
김중수 총재 지시로 작성
재정부·금융위에도 전달
“협조만 있고 견제는 실종
물가안정 지켜질 턱 있나”

한국은행이 김중수 총재의 지시에 따라 지난해 11월부터 주요 경제현안을 조사·분석해 정례적으로 청와대에 제출한 보고서의 실체가 처음으로 드러났다. 이는 현행 한국은행법이 규정한 ‘효율적인 통화신용정책을 통한 물가안정 도모’(1장1조)란 설립 목적은 물론 ‘중립적이고 자율적인 정책 집행과 자주성 존중의 원칙’(1장3조)을 훼손할 소지가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1일 <한겨레>가 단독 입수한 ‘현 경기국면에 대한 평가’라는 제목의 5쪽짜리 보고서(그림)를 보면, 오른쪽 상단에 ‘브이아이피(VIP) 경제 브리프, 동향 정보’가 큼직하게 찍혀 있다. ‘브이아이피’란 정부 부처에서 청와대 보고용 비공개 문서를 만들 때 대통령을 가리키는 단어로 쓰인다.

지난해 12월24일 작성한 이 보고서는 지난해 연말 논란이 된 경기하강 국면을 분석하고 2011년 경기를 전망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시 동행지수(현재 경기상태를 보여주는 지표)가 3개월 연속(지난해 8~10월) 하락하자 일부에선 경기하강 신호로 해석했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최근 경기는 일시적인 조정을 받고 있다”고 진단한 뒤 “연간 성장률이 3.9%를 상회하면 추세 수준(경기상승 기조의 지속을 뜻함)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 관계자들은 이런 브이아이피 보고서는 김중수 총재 지시로 지난해 11월부터 작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한은 조사국 조사총괄팀이 해당 부서에 자료 작성을 요청해 취합한 뒤 매주 수요일께 청와대 비서실장과 경제수석 비서관에게 제공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고서 전달 경로는 한은에서도 조사국 조사총괄팀장, 조사국장, 조사담당 부총재보, 총재 등 극소수로 제한돼 있다. 특히 보고 대상에는 기획재정부 장관과 금융위원장도 포함돼, 한은 내부에서는 “중앙은행이 청와대와 정부의 하급기관으로 전락했다”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 총재는 최근 한은 노조에서 보고서 작성 경위를 질의하자 “한은에 대한 외부의 우호적이지 않은 시각을 극복하고 정책 입안자에게 제공해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법 95조는 ‘기획재정부 장관과 금융통화위원회 및 금융위원회는 정책 수립에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상호간에 자료를 요청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따라서 한은이 중요 경제현안과 관련해 실무적 차원에서 보고서를 작성해 정부 부처와 정보를 공유할 수는 있다. 하지만 브이아이피 보고서처럼 모든 경제 현안에 걸쳐 보고서를 작성해 정례적으로 청와대에 제출한 적은 없었다. 또 한은은 국민의 재산에 영향을 미치는 통화신용정책을 집행하는 만큼 업무수행과 기관 운영에서 공공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도록 5조에 명시 돼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은 관계자는 “한은이 정부와 협조도 해야 하지만 견제기능도 갖고 있는데, 이 보고서로 한은과 정부가 통화정책을 교감하는 듯한 모양새를 연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한은 금통위원을 지낸 김태동 성균관대 교수(경제학)는 “브이아이피 보고서가 계속 존재하는 한 한은은 경제성장에 올인하고 있는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 한은의 제1목표인 물가안정을 제대로 지켜내기 힘들어진다”고 지적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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