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선 KB국민카드…‘선두 경쟁’이냐 ‘2위 굳히기’냐
카드대란 뒤 8년만에 새출발
자금·영업망 우세 파괴력 커
공격적 영업 예고 업계 긴장
일부 “가계부채 과열” 우려
자금·영업망 우세 파괴력 커
공격적 영업 예고 업계 긴장
일부 “가계부채 과열” 우려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내수동 케이비(KB)국민카드 빌딩. 케이비금융지주에서 전 업계 카드사로 분리·독립하는 케이비국민카드의 설립식에 어윤대 지주 회장, 임영록 사장, 민병덕 국민은행장 등 케이비금융그룹 경영진들이 총출동했다. 2003년 카드 대란의 직격탄을 맞고 부실덩어리가 된 채 국민은행에 흡수됐던 케이비국민카드는 이날 8년 만에 독자법인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카드 업계는 케이비국민카드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단 규모 때문이다. 국민은행 카드사업 부문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자산 12조4000억원, 카드 이용실적 65조원, 회원 수 1051만여명, 가맹점 수 211만여개에 이른다. 여기에 국내 최대 네트워크를 자랑하는 국민은행 지점망까지 합칠 경우 파괴력은 상당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현재 업계 1위인 신한카드의 시장점유율이 20%대 초반, 케이비국민카드 점유율은 14%다. 삼성카드와 현대카드도 10%대 초반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케이비국민카드가 국민은행에서 떨어져 나오면서 전 업계 카드사의 비중(지난해 9월 카드이용액 기준)은 69.5%로 높아졌다. 전 업계 카드사들이 춘추전국시대를 맞게 된 셈이다.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는, 카드업계가 ‘2강2중’으로 갈지 ‘1강3중’으로 재편될 지다. ‘2강2중’으로 예상하는 쪽은, 은행계열사인 신한카드와 케이비국민카드가 금융기관 특유의 자금조달 능력과 영업망의 비교 우위를 선점해 두 카드사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양강 그룹을 형성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반면 ‘1강3중’을 예상하는 쪽은, 공격적인 영업경쟁에 나설 케이비국민카드에 맞서 현대카드와 삼성카드의 반격도 만만찮기 때문에 3개 카드사의 2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케이비국민카드는 보수적인 성향의 은행계 카드사에서 벗어나 더욱 공격적인 영업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최기의 케이비국민카드 신임 사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전 업계 카드사들이 자동차, 가전제품 등과 연계한 포인트 선할인 제도로 시장을 공략했듯이 대출상품의 원금 선할인 제도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원금 선할인 제도란 자동차를 구입할 때 카드를 만들고 할인을 받는 것처럼 대출을 받을 때 카드를 만들면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이를테면 1억원 이상 대출시 ‘케이비국민 금융포인트리카드’를 신청하면 최대 50만원을 선할인 받는 식이다.
하지만 카드론 및 가계부채가 과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최 사장은 “가계부채를 줄여주는데 일조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대출상품 선포인트 제도 도입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드라이브를 걸어 적극적으로 할 계획은 없다”고 한발 물러섰다.
케이비국민카드 출범이 포인트 등 보다 많은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안겨주는 계기가 될지, 안 그래도 불안 불안한 카드빚을 증폭시키는 신호탄이 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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