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이하여신·연체율 급증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에
올 만기 후순위채도 ‘복병’
쓰러질땐 감당하기 어려워
“공적자금 투입이 근본대책”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에
올 만기 후순위채도 ‘복병’
쓰러질땐 감당하기 어려워
“공적자금 투입이 근본대책”
정부가 저축은행 8곳을 영업정지하는 선에서 상반기 구조조정을 마무리했지만, 대형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하반기 위기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대형 저축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커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부실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선 공적자금을 투입해 재무구조를 개편하고 서민금융기관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 대형 저축은행, 하반기 ‘뇌관’으로 금융당국은 이번 저축은행 구조조정 과정에서 재무건전성 기준(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5%)에 미치지 못하는 은행 10곳을 ‘타깃’으로 삼았다. 나머지 94곳은 상대적으로 우량한 저축은행으로 규정한 것이다. 하지만 주요 저축은행(상장사 또는 후순위채 발행사) 26곳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반기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말 현재 이들 저축은행의 피에프 대출 가운데 고정이하여신은 7416억원으로 지난해 6월 말(4981억원)에 견줘 48.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고정이하여신은 6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로,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한 채권으로 분류된다.
특히 저축은행 자산의 40%를 차지하는 대형 저축은행 계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저축은행 자산규모 1위인 솔로몬저축은행의 지난해 말 현재 피에프 대출 잔액은 8042억원에 이른다. 6월 말(9258억원)에 견줘 잔액은 1200억여원 줄었지만, 피에프 대출 가운데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11.85%에서 14.03%로 늘었다. 연체율은 12.9%에서 21.01%로 급등했다. 같은 기간 한국저축은행의 피에프 대출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2.1%에서 9.2%로 4배 이상 급등했고, 연체율도 2.1%에서 18.4%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의 피에프 대출 고정이하여신 비율도 같은 기간 11.25%에서 14.14%로 늘었다. 솔로몬저축은행은 “피에프 대출 비중을 20% 이하로 떨어뜨리는 등 자산건전성을 높이고 있다”고 밝혔고, 한국저축은행 쪽은 “피에프 대출 비중이 16%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올해부터 만기가 돌아오는 후순위채는 새로운 ‘복병’이다. 저축은행은 2006년부터 자기자본 비율을 높이기 위해 후순위채를 경쟁적으로 발행해왔다.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에 대해 원금을 상환하거나 차환발행(이미 발행한 채권의 원금을 상환하기 위해 새롭게 채권을 발행하는 것)해야 하는데, 현재 시장상황으로 볼 때 차환발행은 쉽지 않아 보인다. 원금 상환에 따른 유동성 위험이 커지는 것이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저축은행 후순위채 금액은 2000억여원에 이르고, 이 가운데 솔로몬, 한국,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의 후순위채가 각각 500억, 350억, 200억원으로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충당금과 후순위채 상환 규모에 따라 현재 10%를 웃도는 대형 저축은행의 비아이에스 비율은 언제든 낮아질 수 있다.
■ “공적자금 투입해 업권 재정비해야” 정부는 하반기 추가 구조조정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여러 차례 “상반기에는 (추가 구조조정이) 없다”고 강조했다. 6월 결산 결과가 나오는 하반기에는 재무건전성 기준치에 미치지 못한 저축은행들을 정리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를 위해 예금보험기금 공동계정과 부실채권 매입을 위한 구조조정기금, 저축은행중앙회의 유동성 지원 자금 등 최대 20조원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저축은행의 ‘표면화’된 부실만을 정리하는 미봉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저축은행은 본업인 서민금융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 고위험-고수익 투자에 ‘다걸기’해 부실을 키워왔다. 금융당국의 정책·감독 실패도 주된 요인이다. 불거진 문제를 도려낸다고 해도, 부동산 경기 악화에 따른 부실로 자금투입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외환위기 이후 저축은행 업권에 투입된 공적자금은 이미 17조원에 이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형 저축은행 한곳이라도 쓰러지면 공동계정으로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설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공동계정 같은 임시방편이 아닌, 공적자금을 투입해 저축은행 전반의 부실을 모두 정리하고 사업구조를 개편하는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금융당국은 ‘공동계정을 통해 금융권에서 자체 해결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지만, 이 또한 다른 예금자의 돈으로 저축은행을 살리는 셈”이라며 “공적자금을 투입해 저축은행 업권을 재정비한 뒤, 서민금융의 본연의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우제창 의원은 “감독당국의 책임을 확실히 물으려면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하다”며 “이번 기회에 확실한 재발방지책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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