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결제 18% 그쳐
한양대 사회학과 4학년 김효진(가명·24)씨는 개학을 했지만 아직 등록금을 내지 못하고 있다. 김씨가 내야 하는 이번 학기 등록금은 359만원이다. 부모님 경제 사정을 고려하면 한꺼번에 감당하기 벅찬 돈이다.
김씨는 다른 대학에 다니는 친구가 신용카드로 등록금을 결제했다는 말을 듣고 학교에 “등록금을 카드로 결제할 수 없겠냐”고 문의해봤지만, 학교 쪽은 “수수료 때문에 카드결제는 안된다”는 대답만 했다.
대학과 카드업체가 수수료를 놓고 대립하면서, 등록금을 카드로 받지 않은 대학이 대부분이어서 목돈 마련이 힘든 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박보환 한나라당 의원에게 낸 ‘2010학년도 대학별 카드납부제 현황’자료를 보면, 지난해에도 전국 396개 대학 중 등록금 카드납부제를 시행 중인 곳은 73곳(18.4%)에 그쳤다.
카드업체들은 대학등록금 카드 결제 수수료율이 1.5%로 다른 업종에 견줘 낮은 수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들의 생각은 다르다. 등록금을 카드로 결제하면 카드사는 어마어마한 수수료를 챙기게 된다면서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등록금이 500만원이라고 했을 때 1.5%의 수수료라면 학생 한 명당 7만5000원의 수수료가 나가게 된다”고 지적했다.
대학 등록금 인하를 요구하는 시민단체인‘등록금넷’의 김동규 팀장은 “대학들이 교내에 입점한 은행한테 5억~10억원의 학교발전기금을 받아 챙기면서 등록금 카드 결제는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등록금을 카드로 결제해도 문제다. 등록금을 분할 납부를 할 경우 할부수수료가 연 14~22%에 이른다. 4년 동안 카드 할부로 결제할 경우 붙는 이자 총액이 136만~240만원에 이른다.
특정 카드만 받는 대학도 많다. 이 때문에 신입생의 경우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새 카드를 발급받아야 한다. 성균관대와 건국대는 삼성카드로만, 연세대와 서울시립대 등은 비씨카드(우리카드)만으로 등록금 납부를 받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카드사들이 마케팅 차원에서 자신들만 독점적으로 카드 결제를 할 수 있도록 대학과 계약을 맺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관계 기관끼리도 혼선을 빚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009년부터 국민 불편 해소를 위해 대학 등록금을 카드로 납부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에 권고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카드사의 부실화 우려를 내세우며 등록금 카드결제 확산에 부정적이다. 김동규 등록금넷 팀장은“궁극적으로는 대학등록금을 내리고 카드로 등록금을 결제할 때 이자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정부와 대학, 카드업계가 대화를 통해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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