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동북부 대지진 전후 엔-달러 추이
엔-달러 환율, 뉴욕시장서 79.59에 마감
일본이 재건 위해 자금 거둬들일 가능성
당국 시장개입…“장기적으론 약세” 전망
일본이 재건 위해 자금 거둬들일 가능성
당국 시장개입…“장기적으론 약세” 전망
일본 대지진 여파로 일본 엔화의 가치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치로 치솟아 전세계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미국 뉴욕시장에서 16일(현지시각) 엔-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12엔 떨어진(엔화가치가 상승한) 달러당 79.59엔에 마감했다. 17일 도쿄외환시장에서는 오후 8시30분 현재 전날보다 2.15엔 떨어진 78.42엔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한신 대지진 발발 직후인 1995년 4월19일에 기록했던 전후 최저 환율인 79.75엔을 16년 만에 갈아치운 수준이다.
엔화 초강세는 전후 최악의 재앙에 직면한 일본이 복구비 조달을 위해 전세계에서 엔화를 본국으로 환수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일본 기업과 투자가들이 제로 수준인 자국 금리 때문에 국제 금융시장에 투자한 자산은 현재 180조엔(약 260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지진 피해에 대한 막대한 보험금 지급 의무가 발생한 일본 보험업계에서 대규모로 투자금을 회수할 것이란 전망도 엔화 강세에 한몫했다.
엔화가치 상승은 엄청난 생산설비 피해로 휘청거리고 있는 일본의 수출 대기업들에 수출 경쟁력 저하라는 또다른 고통을 주게 된다. 또 일본산 부품·소재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제조업에도 원가상승 압박을 심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이런 파장을 막기 위해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이 외환시장 개입에 나섰다. 요사노 가오루 일본 경제산업상은 17일 “엔강세 움직임은 투기 세력 움직임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외환딜러는 “일본 정부가 엔화가치 급등을 투기 세력 탓이라고 언급하는 것은 시장개입을 위한 명분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주요 외신은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가 18일 오전 7시부터 긴급 화상 회의를 열어 엔화 초강세와 대지진 피해 복구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금융시장에선 엔화가 장기적으로는 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일본 통화당국이 유동성 공급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이날 오후 1조엔(약 14조원)의 긴급자금을 시장에 투입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일본은행이 대지진 사태 이후 지금까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쏟아부은 단기자금은 벌써 34조엔(약 540조원)에 이른다.
원전 사고가 확산될 경우 일본 자체의 급격한 수요 둔화와 함께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수도 있다는 점도 엔고 현상이 지속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이유다. 이영원 에이치엠시(HMC)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일본 통화당국의 막대한 자금 방출로 엔화가 약세로 가려는 움직임도 있고, 전세계 엔화 자금의 본국 환류로 강세로 가려는 힘도 작용해 지금으로선 엔화의 향방을 전망하기 어렵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 보면 약세 흐름이 대세”라고 말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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