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와 ‘정책 공조’ 치중
통화정책 독립성 훼손 심각
금리인상 시기 번번이 놓쳐
시장서도 더이상 신뢰 안해
통화정책 독립성 훼손 심각
금리인상 시기 번번이 놓쳐
시장서도 더이상 신뢰 안해
경제전문가들, 한은 총재 ‘낙제점’ 평가
‘32.2점’
국내 경제전문가들이 매긴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의 1년차 성적표다.
31일 <한겨레>가 경제전문가 21명을 대상으로 ‘김중수 한은총재 1년 평가’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전문가들은 100점 만점에 32.2점을 줬다. 낙제점 수준이다. 경제전문가들은 이제부터라도 한은 총재의 전공과목인 ‘물가관리’에 힘쓸 것을 주문했다. 이 평가에는 국책 및 민간연구소의 연구자 11명과 증권사 센터장 등 시장참가자 5명, 학계에서 5명이 참여했다. 모두 다섯 가지 세부항목에 걸쳐 평점(각 20점 만점)을 매긴 뒤 이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평가를 진행했다.
■ ‘중앙은행 독립성’ 최악…시장에서 더 ‘불신’ 전문가들은 ‘통화신용정책의 독립성’ 항목에서 4.0점(20점 만점)으로 가장 박한 점수를 줬다. 한은이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물가안정 기관으로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고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과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에는 5.2점을 매겼다. 금리 인상 시기를 번번이 놓치고 시장의 신뢰를 잃은 게 주된 원인으로 해석된다. ‘경제전문가로서의 전문성’(8.2점)과 ‘위기대응 능력’(7.5점), ‘거시경제 상황 판단 능력’(7.3점)은 평균(6.4점)보다 높게 나와 상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학계가 대체로 정부에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는 점을 고려해 연구자와 시장참여자만을 대상으로 평균을 내봤으나 학계를 포함했을 때 보다 점수가 더 안 좋은 31.6점이 나왔다. 특히 시장참여자들은 23.4점을 주며, 가장 혹독한 평가를 내렸다.
■ 전문가들이 김 총재에 바라는 것은?
전문가들은 김중수 총재가 지난 1년 동안 가장 잘한 것으로 ‘정부와의 정책 공조’를 꼽았다. 이는 보기에 따라 중앙은행 독립성이 훼손되고 있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 가장 못한 것으로는 ‘금리인상 실기’를 들었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지난해 물가안정보다 경제성장에 초점을 맞춰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리지 못한 것이 물가불안을 부추기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경제에 충격을 덜 주면서 물가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기대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시장이 신뢰할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물가안정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 독립성 논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중앙은행에 대한 김 총재의 인식변화가 가장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았다. 제도적인 개선에 앞서 김 총재 스스로가 중앙은행 독립성과 위상을 제고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홍래 한국금융지주 전무는 “정부와 소통은 어느 정도 필요한 측면이 있지만 한은의 존재는 물가 안정이므로 금리 정책에서 정부와 지나친 의견 일치는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서철수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김 총재가 중앙은행의 위상에 대해 충분한 신뢰(독립성 포함)를 확보해야 민간의 경제심리와 행동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응답자의 대부분은 김 총재가 앞으로 물가안정에 보다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방법으로는 환율 하락 용인과 금리인상을 들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센터장은 “물가 상승은 내부 수요 과열이 아니라 외부 원자재 가격 상승에서 오는데 이를 통화정책으로 잡으려 하면 내수경기는 더 침체될 수 있다”며 “수입단가 안정화를 위한 저환율 정책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종학 경원대 교수는 “김 총재가 정부에 대기업을 위한 고환율 정책 포기와 가계부채 축소 방안, 주택담보대출의 고정금리 전환 정책을 요구해야 한다”며 “그래도 가시적 성과가 없을 경우 지속적인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시장에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한은이 정부 눈치 때문에 물가를 진정시키지 못할 경우 물가상승은 임금인상으로 이어지고 임금인상은 다시 물가불안을 불러오는 악순환이 유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설문에서 한 응답자는 “지금까지 김 총재가 비교적 잘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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