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장 시절 1조여원 손실
“퇴임뒤 제재법 생겨 소급안돼”
“퇴임뒤 제재법 생겨 소급안돼”
우리은행장 재직 시절 파생상품에 투자했다가 1조원대 손실을 냈다는 이유로 황영기 전 케이비(KB)금융지주 회장을 중징계한 금융당국의 처분이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박정화)는 31일 황 전 회장이 우리은행장 재직 시절 법규를 위반하지 않았는데도 중징계를 받았다며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낸 제재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직무정지 3개월 상당의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황 전 회장이 은행장으로 재직할 당시는 퇴직 임원을 제재하는 규정이 없었고 퇴임 뒤에야 퇴직자도 제재할 수 있도록 입법이 이뤄졌다”며 “나중에 만들어진 규정을 소급 적용해 징계를 한 것은 행정법 불소급의 원칙 등에 어긋나 위법하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2009년 9월 황 전 회장에게 우리은행장 재직 시절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부도스와프(CDS) 투자 과정에서 관련 법규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직무정지 3개월 상당의 제재를 부과했다. 우리은행은 시디오와 시디에스에 모두 15억8000만달러를 투자했고 이 가운데 90%에 해당하는 1조6200억원을 손실처리했다.
임기가 끝난 뒤 발생한 투자손실에 대해 최초의 투자 책임을 묻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선 중징계 결정 당시부터 논란이 적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우리은행의 막대한 손실을 미리 막지 못한 금융당국 책임론에 더 무게를 두기도 했다. 황 전 회장은 재판 결과에 대해 “법원의 승소 판결은 고마운 일”이라며 “불순한 목적의 금융권력 남용으로 인한 희생양이 더는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금융위는 “재판부가 황 전 회장의 거액손실 관련 책임에 대한 판단은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판결문을 입수해 세부 내용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 등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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