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채권 6조~10조 인수예상
정부 잘못 결국 은행부담으로
정부 잘못 결국 은행부담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채권을 처리하기 위한 민간 배드뱅크(Bad Bank)가 상반기 안에 설립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건설회사의 무모한 사업 확장과 정부 정책 잘못으로 빚어진 프로젝트파이낸싱의 부실은 결국 은행 부담으로 넘어가게 됐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18일 “피에프 부실채권을 처리할 배드뱅크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케이비(KB)·우리·신한·하나·산은 등 5대 금융지주회사 회장과 긴급 조찬간담회를 열고 이런 방안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드뱅크는 금융기관의 부실자산이나 부실채권만을 사들여 별도로 관리하면서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구조조정 전문기관을 말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권 피에프 부실이 6조3000억원에 이르고 전체 금융권 부실은 10조원에 가까운 만큼 배드뱅크가 처리해야 할 채권 규모는 6조~10조원이 될 것”이라며 “2분기 안에 설립이 가능하도록 노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중은행들이 출자해야 할 종잣돈은 이에 못미칠 것으로 보인다. 6조~10조원의 부실채권을 사들여야 한다 해도 이를 대폭 할인해서 매입하는데다 출자금의 세배까지 차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은행권의 부담은 훨씬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배드뱅크 설립에는 5개 시중은행과 3개 특수은행이 참여하며, 기존의 민간 부실채권 처리기관인 유암코(연합자산관리 주식회사)도 관여할 것으로 보인다. 배드뱅크는 피에프 부실채권 규모를 고려해 은행별로 10~15%씩 출자해 특수목적회사(SPC) 형태로 설립될 전망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이날 금융지주회사 회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삼부토건의 기업회생절차 신청 과정에서 보듯 건설사의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에 대해 금융권의 지원이 소극적”이라고 간접적으로 지원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금융지주사 회장들은 사업성 있는 대출에 대해서는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반발도 있었다. 강만수 산업지주 회장은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만기연장을 지원하라는데 은행이 담보도 없는 상태에서 무작정 지원만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혁준 정세라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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