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카드 승인실적 추이
1분기 카드 사용액 105조…작년 동기대비 16% 증가
“카드사 과당경쟁 때문”…“금융당국 규제 잘못” 설전
“카드사 과당경쟁 때문”…“금융당국 규제 잘못” 설전
국내 신용카드 사용 금액과 신용카드 수가 가파르게 상승하며 카드부실 우려를 낳고 있다. 금융감독당국 수장들과 금융지주 회장들도 지난 18일 조찬 간담회에서 카드사 과당경쟁과 감독당국의 책임론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여신금융협회가 내놓은 ‘2011년 1분기 국내 카드승인실적 동향’을 보면, 올해 1분기 국내 카드승인 실적은 105조3000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16.2%(14조7000억원)나 증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사용 실적이 있는 신용카드 수’도 8514만장으로, 1년 전에 견줘 11.5%(877만장)나 늘었다.
여신협회는 카드 승인실적 증가 원인을 소비자 물가 상승, 경제활동인구 증가, 신용카드 수 증가 등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1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대였고, 경제활동인구는 1.33% 늘어나 신용카드 수 증가가 가장 큰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경제활동인구는 지난해 말 기준 2475만명, 발급 카드는 1억1659만장으로 1인당 신용카드 보유수가 지난해 평균 4.7매를 기록했다. 이는 카드사태 직전인 2002년 4.6매를 웃도는 사상 최다 기록이다. 지난해부터 신용카드사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길거리 모집 등으로 신용카드 발급이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당국 수장들과 금융지주 회장들도 18일 조찬 간담회에서 카드사 과당경쟁을 놓고 설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은 “저축은행이 카드사에 영업기반을 빼앗기니까 눈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로 돌리면서 프로젝트파이낸싱 대란이 일어났다”며 “가계부채 문제 역시 주원인은 카드 때문인데 이러다간 ‘카드대란’이 다시 온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사의 과당경쟁이 프로젝트파이낸싱 대란의 한 원인을 제공했다는 얘기다.
그러자 한 참석자가 한동우 신한지주 회장을 향해 “지난해 2조원 이익을 냈다던데 그 가운데 1조원이 카드에서 나온 것이라면서요?”라고 물었고, 이어 어윤대 케이비(KB)지주 회장을 향해선 “카드업을 강화하려 한다는데 왜 그러느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어윤대 회장은 “케이비카드 시장점유율이 최근 오히려 줄어들었다”며 “마치 우리가 나서서 과열 경쟁을 조장하는 것처럼 비치고 있는데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지난달 분사한 케이비국민카드는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다고 카드업계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이어 다른 한 참석자는 “카드론 같은 고리대금업을 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동조한 뒤 “기계가 신용심사를 하는 것도 아닌데 카드를 집어넣으면 500만원, 1000만원씩 나오는 나라도 한국밖에 없다”고 가세했다. 또 한 참석자는 간담회를 주관한 김석동 위원장을 향해 “금융당국의 (4대 금융지주 및 카드사에 대한) 규제가 잘못됐다“는 ‘질책성 훈수’까지 했다는 후문이다. 정혁준 김지훈 기자, 연합뉴스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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