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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방만경영에 도덕 불감증…농협 '예고된 위기'

등록 2011-04-25 19:58수정 2011-04-25 21:53

최근의 농협 전산망 마비 사태가 농협의 방만 경영과 도덕적 해이가 불러온 결과라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25일 낮 서울 중구 충정로1가 농협중앙본부 건물 앞 대형 표지판에 직원들이 지나가는 모습이 비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최근의 농협 전산망 마비 사태가 농협의 방만 경영과 도덕적 해이가 불러온 결과라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25일 낮 서울 중구 충정로1가 농협중앙본부 건물 앞 대형 표지판에 직원들이 지나가는 모습이 비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농협 전산장애 보름째]
부동산 PF대출 7조여원…채권부실률 20% 넘어
청탁사업 빈발에 은행건전성 지표 갈수록 악화
툭하면 금융사고…10건중 3~4건꼴 ‘직원 횡령’
‘농협은 모바일뱅킹, 전자화폐 등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하여 디지털 금융기관으로 거듭나고 있으며, 국내 최초로 HSM(보안 인증서 저장 매체)을 도입하는 등 e-금융 안전성 강화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농협 누리집에는 이런 ‘자기소개’ 내용이 올라와 있다. 하지만 초유의 전산장애 사태에서 보여준 것처럼 농협의 실상은 전혀 다르다.

전산장애 사태가 보름 가까이 이어지면서 이번 사태가 단지 보안 불감증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농협 내부에 만연돼 있는 방만 경영과 도덕적 해이가 전산망이라는 약한 고리를 통해 터져 나왔다는 것이다.

농협은 부동산 경기에 편승해 리스크 관리를 하지 못한 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확대하는가 하면, 글로벌 금융 위기 직전에는 파생상품에 투자해 6000억원의 손실을 보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방만 경영이 부실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농협의 피에프 대출 규모는 7조1565억원에 이른다. 이는 200조원대의 농협보다 자산 규모가 훨씬 큰 우리은행(6조7348억원), 국민은행(6조2569억원), 신한은행(4조1021억원)보다 많은 수준이다. 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채권 비율도 21.17%에 이른다. 은행의 건전성 지표인 고정이하여신(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 비율 역시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2.57%를 기록했다. 국민(1.78%), 신한(1.31%) 등에 견줘 상당히 높은 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농협이 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 등을 하면서 이곳저곳에서 청탁을 받고 사업을 벌이다 보니 방만 경영을 하게 되고 부동산 시장이 나빠지면서 부실이 커졌다”고 말했다.

농협 부동산PF 대출 부실채권 현황
농협 부동산PF 대출 부실채권 현황
여기에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해 예금·대출금 횡령, 금품수수 등 각종 금융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송훈석 의원(민주당)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06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농협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91건, 198억원에 이르렀다. 한달에 평균 두건, 3억5000만원씩 사고가 난다는 얘기다. 횡령 사고가 많아야 한해 몇건 발생하는 다른 시중은행에 견주면 매우 높은 수치다. 윤영 의원(한나라당)은 “지난 3년8개월 동안 발생한 금융사고액 가운데 85억원은 회수도 못한데다 금융사고 10건 가운데 3~4건은 내부 직원의 횡령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농협은 회장을 선거로 뽑는데다 다른 은행과 달리 시골 구석구석에 조직이 있다 보니 임직원이 정치권과 유착하기 쉬워 금융기관(신용부문) 본연의 임무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며 “금융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고객”이라고 꼬집었다. 지난해 연말에는 농협이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소속 의원 18명에게 의원 1인당 2000만원의 후원 목표를 세우고 직원 3600여명을 대상으로 불법 모금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2008년 취임 뒤 서울 가락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농협 간부들이 농민은 다 죽어 가는데 정치한다고 왔다 갔다 하면서 이권에나 개입하고 있다”며 농협을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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