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상위 10% 보증액 5.5배 늘어
전세난 여파가 고소득층으로 파급되면서 강남권과 부유층의 전세자금 대출 수요가 급증했다.
2일 주택금융공사의 ‘지역별 전세자금보증 현황’ 자료를 보면, 올 1~4월 주택금융공사에서 보증을 받은 금액은 2조106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조2524억원에 견줘 68% 증가했다. 이 가운데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의 전세자금 보증금액은 1886억원으로, 지난해 724억에 견줘 160.3% 급증했다. 같은 기간 강남 3구의 보증이용 건수도 2010건에서 4496건으로 123.7% 늘어났다.
소득계층별로 보면, 지난 3월의 경우 전국 가구 중 소득수준이 상위 10%인 10분위에 공급된 전세자금 보증액은 163억30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9억7000만원의 5.5배에 이르렀다. 보증건수는 203건으로 지난해 3월 49건의 4.1배를 기록했다.
이처럼 강남권과 부유층에서 전세자금 보증 비율이 큰 폭으로 증가한 원인은 두 가지로 분석되고 있다. 하나는 최근 전셋값이 단기 급등하면서 강남권과 부유층 주민들도 보유 현금으로 전세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부동산포털 닥터아파트 자료를 보면, 지난 2년 동안 수도권 아파트 76.3%의 전세값이 올랐고 가구당 평균 전세값 상승액은 3726만원으로 집계됐다. 전셋값이 1억원 이상 폭등한 9만6889가구 중 강남 3구가 89%를 차지했다.
또 다른 이유는 집값 하락을 예상해 대출을 끼고 무리하게 집을 사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집이 살 여력이 있는 사람들은 예전 같으면 무리하게 대출을 끼고 집을 매입했으나, 최근에는 집값이 안정돼 매매차익을 얻기 힘들어서 그런 수요가 많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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