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저축은행 부실 등
근본 수술없이 민간에 맡겨
근본 수술없이 민간에 맡겨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는 금융 부실을 공적자금을 투입해 해결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금융권의 팔을 비틀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공적자금으로 해결하는 게 정부에 부담이 되니 민간에 떠넘기고 있는 거다.” 최근 금융권의 한 임원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저축은행 부실을 은행권이 울며 겨자먹기로 떠맡게 됐다며 이렇게 불만을 토로했다.
2일 금융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금융권이 현 정부의 ‘떠넘기기식’ 관치에 부글부글 끓고 있다. ‘엠비 정부는 기업 프렌들리’가 아니라 ‘금융 언프렌들리’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한 금융권 인사는 “청와대에서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관은 치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말한 적 있는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올해 초 취임하면서 금융권에서 관치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18일 금융지주 회장들과의 간담회에서 “건설사 프로젝트파이낸싱에 금융권의 지원이 소극적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금융권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채권을 처리하는 ‘민간 배드뱅크’를 떠맡게 됐다. 은행들은 배드뱅크에 약 1조원 가량을 출자해야 한다.
금융권은 일부 저축은행 부실 책임도 자신들이 떠안아야 한다는 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규제완화를 통해 부실을 부른 정부는 책임에서 쏙 빠진 채 금융권에만 책임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인사들은 현 정부가 금융권의 자금 지원으로 위기만 봉합하고, 공적자금 투입을 통한 근본적인 수술은 차기 정권에 떠넘기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금융감독당국이 지난달 29일 영업정지된 7개 부실 저축은행에 대해 강제매각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점도 금융권의 불만이다. 인수 주체가 금융지주사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인사는 “현 정부는 과거 정부와 달리 사태 해결을 민간에 떠넘기고 있다”며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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