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배당 등 투자금 이미 회수
하나·외환, 인수무산시 후폭풍
하나·외환, 인수무산시 후폭풍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 여부와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론스타로서는 결론이 어떻게 나더라도 크게 손해볼 게 없는 반면,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등 국내 금융사는 초조해 하고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9일 기자 간담회에서 ‘상반기 안에 결론을 내릴 것인가’란 질문에 대해 “그보다는 더 빨리 할 것”이라며 “보고를 받아봐야겠지만 불확실한 상황을 오래 끌고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두 안건은 오는 18일 열리는 금융위원회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는 론스타와 하나지주 간의 외환은행 매각계약 유효기간이 오는 24일에 끝나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의 발표가 임박해지면서 이해당사자들의 ‘손익계산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론스타는 이번에 외환은행을 매각하면 숙원과제를 해결하는 것이어서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최악의 경우 매각 승인이 나지 않더라도 크게 손해볼 게 없다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외환은행 지분 51.02%를 보유하고 있는 론스타는 그동안 각종 배당금 등을 꼬박꼬박 챙겨와 투자금을 대부분 회수한데다, 외환은행이 올해 특별이익이 많아 이전보다 많은 배당금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외환은행은 2008년 3월 주총에서 분기 배당을 할 수 있게 정관을 고쳐 지난해 2분기 결산 때부터 분기 배당을 해오고 있다. 외환은행은 지난해 2분기 주당 100원, 3분기 135원, 4분기 850원을 배당했다. 이에 따라 론스타는 지난해 2분기 329억원, 3분기 442억원, 4분기 2797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외환은행은 지난 9일 열린 이사회에서도 분기 배당을 의결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으나 배당을 의결하지는 않았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대주주인 론스타가 매각 협상을 끝낸 뒤 중간 배당을 통해 챙겨가는 것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아 배당을 안 하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론스타는 그동안 외환은행에 2조1548억원을 투자해 지난해 말까지 배당으로 1조2130억원, 지분 13.6% 매각대금으로 1조1928억원 등 2조4058억원을 이미 회수했다.
만약 금융당국의 승인이 늦어지더라도 론스타로선 별 피해가 없다. 외환은행은 지난달 현대건설 매각으로 9000억원의 특별이익을 실현했고, 하이닉스 매각도 앞두고 있다. 지난해 배당금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배당성향을 보면 외환은행은 68.51%에 이른다. 매각이 결렬될 경우 론스타는 올해 2분기에 현대건설 매각대금 일부를 중간 배당을 통해 챙겨갈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배당성향을 적용해 보면 2분기 중간 배당에서 론스타는 3000억원 이상을 챙길 수 있다.
론스타는 하나금융과 계약이 파기될 경우 다른 상대와 재매각 협상에 나설 수도 있다. 메가뱅크를 추진하고 있는 산은금융지주는 시너지 차원에서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다.
반면 국내 금융사인 하나지주와 외환은행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하나지주는 외환은행 인수가 무산될 경우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실시한 1조3353억원의 유상증자가 큰 부담이 된다. 외환은행은 9일 발표한 실적에서 올해 1분기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37.6% 줄어든 1986억원에 그쳤다. 매각 논란에 휩싸이면서 영업에 차질을 보였기 때문이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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