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지난 3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11 고객만족대상’ 시상식에서 샌드 아티스트로 변신해 샌드 애니메이션을 선보이고 있다. 교보생명 제공
신창재 회장, 직원 시상식서 샌드 아티스트 ‘변신’
직원들 마음 열기 위해 매년 노래·연주 등 이벤트
직원들 마음 열기 위해 매년 노래·연주 등 이벤트
‘직원과 조직을 위해 최고경영자(CEO)는 변신해야 한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모래를 이용해 예술 작품을 연출하는 ‘샌드 아티스트’(Sand Artist)로 변신했다. 우수 설계사를 격려하기 위해 열린 고객만족대상 시상식 자리에서다.
지난 3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교보생명 ‘고객만족대상 시상식’에서 신 회장은 ‘샌드 애니메이션’ 공연을 선보였다. 샌드 애니메이션이란 유리 테이블 위에 모래로 이미지를 그려내는 동안 카메라를 이용해 이를 실시간으로 스크린에 영상화하는 예술 작품이다.
그는 서툰 솜씨지만 유리판의 모래를 이용해 길과 발자국, 그리고 길을 걷고 있는 사람을 그려나갔다. 잠시 뒤 시이오·설계사·임직원을 상징하는 세 사람이 함께 손잡고 길을 걷는 영상을 연출했다. ‘고객 보장을 최고로 잘하는 회사’라는 새로운 비전을 향해 함께 전진하자는 메시지였다. 신 회장은 바쁜 일정을 쪼개가며 애니메이션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하루에 1시간씩 3일간에 걸쳐 연습했다는 후문이다. 공연이 끝난 뒤 신 회장은 “고객을 위해 한 해 동안 현장에서 열심히 땀 흘리는 설계사의 노고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고객만족대상 시상식‘에서 직접 노래를 부르거나 기타 연주를 하는 등 특유의 감성 커뮤니케이션으로 매년 화제가 됐다. 지난해에는 전통 의상을 입고 수염을 붙인 채 임원들과 난타 공연을 하기도 했고, 2009년에는 직접 신승훈의 ‘미소 속에 비친 그대’를 부르고 앙코르 곡으로 ‘광화문 연가’를 임원들과 합창하기도 했다. 2005년 시상식에서는 보험왕의 플루트 연주에 맞춰 ‘아침이슬’을 부른 적도 있다.
신 회장은 교보생명 창업주인 고 신용호 회장의 장남으로, 단순한 최고경영자가 아닌 기업의 오너다. 국내에서 최고경영자가 직원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호흡을 같이 한 경우는 많지만 오너로서는 신 회장이 거의 유일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세계적인 추세로 보면 그리 놀라운 것도 아니다. 와이셔츠 깃을 빳빳하게 세운 전통적인 최고경영자 이미지는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애플의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는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는 프리젠테이션에 꼭 나와 뛰어난 프리젠터가 된다. 개발 담당자가 나와 밋밋한 제품 발표회를 하는 다른 회사와 차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잡스는 ‘걸어 다니는 애플의 최대 홍보 모델’로 불린다. 펩시의 최초 여성 시이오인 인드라 누이는 대외 행사에 인도 전통 의상인 사리 차림으로 전자 기타를 연주하며 직원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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