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53개사에 공문
지난해 대한생명과 우리아비바생명에 보험을 가입한 고객들은 모두 개인정보 이용에 동의했다. 동의율 100%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보험사는 보험에 가입하는 고객한테서 2가지 동의서를 받는다. 하나는 ‘개인정보 제공 및 조회 동의서’다. 고객의 보험료 할인·할증의 근거자료나 중복 보험 확인을 위해 의무적으로 받는 양식이다. 다른 하나는 ‘개인정보 제공 및 이용 동의서’다. 고객 동의를 받아 보험상품 권유, 경품·이벤트 제공 등을 위해 받는 서류다. 고객은 자신의 판단에 따라 동의를 해줄 수도 있고 해주지 않아도 된다. 두 보험사가 100% 동의받은 것은 바로 이 이용동의서다.
고객은 보험에 가입할 때 개인정보를 이용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아도 보험 가입에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일부 보험사는 계약 과정에서 개인정보의 마케팅 이용이 마치 필수적인 것처럼 설명하거나, 개인정보 조회 동의서와 이용 동의서를 구분하지 않은 채 보험 가입서류를 만들어 놓았다. 동의율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일부 보험회사들이 개인정보를 무분별하게 수집해 텔레마케팅 등에 남용하는 이런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금감원은 28일 ‘개인신용정보 제공·이용 동의 관련 유의사항’ 지도 공문을 생·손보 53개사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공문에서 “보험사들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정보제공 동의를 강요하는 행위를 금지하도록 각자 내규를 고쳐 다음달 말까지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금감원은 구체적으로 “마케팅 목적의 개인정보 이용은 동의하지 않아도 보험가입이 가능하다는 문구를 동의서 제목과 회사명 바로 밑에 크게 표기하라”고 지시했다. 또 개인정보 조회 동의서와 마케팅 목적의 이용 동의서를 별도의 종이로 분리하고, 정보가 이용되는 제휴회사를 구체적으로 나열하도록 했다. 기존 계약자에게는 개인정보 제공 동의 철회권과 구매권유 중지 청구권(Do-Not Call)을 담은 안내문을 따로 보내도록 했다. 구매권유 중지 청구권이란 자신이 제공한 개인정보를 이용한 텔레마케팅을 거부하는 신용정보법상 권리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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