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시(SC)제일은행 노동조합의 파업이 3주째에 접어든 가운데 사쪽이 일부 지점을 일시 폐쇄한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서여의도 지점을 찾은 외국인들에게 한 직원이 영업 중단 사실을 설명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사쪽 “업무리스크 방지 목적”
에스시(SC)제일은행 노동조합 파업이 3주째에 접어든 가운데 사쪽이 11일 전체 지점의 11%를 일시 폐쇄했다. 노조 쪽에서는 이번 조처가 노조원을 압박하고 올해 안에 추가로 지점을 폐쇄하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에스시제일은행은 이날 “파업 장기화에 따라 남아 있는 직원의 과중한 업무로 발생할 수 있는 업무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해 11일부터 파업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392개 지점 중 43개 지점의 운영을 일시 중지한다”고 밝혔다. 영업 일시 중단 지점은 서울 33곳, 경기 7곳, 부산 2곳, 대구 1곳 등 대도시에 집중돼 있다.
에스시제일은행은 전체 직원 6500여명 가운데 2900여명이 사쪽의 개별 성과급제 도입에 반대해 강원도 속초의 한 콘도에 집결해 파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에스시제일은행 노조는 이번 조처가 올해 안에 추가로 지점을 영구 폐쇄하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 쪽이 ‘노조 대응전략 플랜 C’라는 파업대책을 만들었다”며 “이 대책은 노조 파업이 8월까지 이어지면 80개 지점을 영구적으로 폐쇄해 노조 파업의 동력을 떨어뜨리는 것을 뼈대로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재율 노조위원장도 “대부분 비정규직인 은행의 대출 모집인이 1500명에 이르는데 이들이 은행 전체 대출 영업의 60%를 하고 있다”며 “사쪽이 상대적으로 고임금인 정규직을 구조조정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지점 폐쇄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파업이 끝나면 사쪽이 영업실적 하락 등의 이유를 들어 지점 수를 줄이려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에스시제일은행은 올해 상반기에 이미 27개 지점을 폐쇄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3220억원으로 2009년(4300억원)보다 크게 줄었다는 이유에서다. 수익 대비 비용이 높은 점포들이 폐쇄 대상이 됐다. 노조 쪽은 회사가 폐쇄 지점 수를 늘리려 했으나 고배당 등으로 ‘먹튀’ 논란이 빚어지면서 여론이 나빠지자 추가 폐쇄는 잠정 중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에스시제일은행의 이세원 소매영업 담당 이사는 “노조 대응전략 플랜 C는 들어보지 못했다”며 “지점 폐쇄와 같은 중요한 의사결정은 고위층에서 결정하기 때문에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은행 홍보팀은 “27개 외에 추가적인 지점 폐쇄는 없다”고 강조했다.
정혁준 김지훈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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