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6·29대책’ 한달
고정금리 확대?
은행들 서로 눈치보기만 고객은 ‘변동’ 선호 여전
대출액 증가 억제?
4개은행 7월 1조8천억↑ 주택대출도 큰폭 늘어
고정금리 확대?
은행들 서로 눈치보기만 고객은 ‘변동’ 선호 여전
대출액 증가 억제?
4개은행 7월 1조8천억↑ 주택대출도 큰폭 늘어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의 신한은행 지점. ‘고정금리 대출이 가능하냐’고 묻자, 창구 직원은 처음엔 “고정 (금리 대출) 자체가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직원은 좀 더 알아보고 난 뒤 “장기 모기지론이 최근 하나 나온 게 있다”며 “어느 쪽이 유리한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고객 성향에 따라 고정과 변동금리 중에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여의도의 우리은행 지점.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대출 중 어느 쪽을 많이 하느냐’고 묻자, 창구 직원은 “변동금리를 많이 한다. 시장금리가 안 오르면 1% 이상 손해여서 그렇다”고 말했다. 이날 은행 지점에서 제시한 금리는 고정금리 4.72%, 변동금리는 6개월이 3.7%, 3개월이 3.59%였다.
금융당국이 ‘6·29 가계부채 연착륙 대책’을 발표한 지 한 달이 지났다. 대책의 뼈대는 변동금리 대출을 억제하는 대신 고정금리-비거치식 분할상환대출 비중을 늘려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세에 제동을 건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선 고정금리 대출 상품을 적극 권유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드는 등 약발이 먹혀들지 않고 있다.
시중은행들의 가계대출 증가세도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대책 발표 뒤 한 달(6월29일~7월28일) 동안 국민·우리·신한·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은 1조8000억원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금은행 전체의 올해 1~5월 중 월평균 가계대출 증가액이 1조900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가계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도 이들 4개 은행에서 8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은행권에선 7월을 주택담보대출 비수기로 여긴다. 비수기임에도 주택담보대출이 이렇게 증가한 것은 정부 대책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은 “비수기에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부동산 가격이 꿈틀거리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의 여신 담당자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생활비와 사업자금 등 다른 용도로 쓰는 고객이 늘고 있는데다, 정부가 고정금리와 비거치식 대출을 유도하는 강도 높은 대책을 추가로 내놓기 전에 금리가 싼 변동금리 대출을 받으려는 가수요도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고정금리 대출 유도 정책도 갈 길이 멀다. 정부 대책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중 고정금리형 대출 비중을 현재의 5%에서 2016년까지 30%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민은행이 지난달 4일 내놓은 ‘케이비(KB) 장기분할상환 고정금리 모기지론’은 한달 동안 600억원 판매에 그쳤다. 7월 말 현재 우리은행의 고정금리 대출은 전체 주택담보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4%에 그친다. 그나마 신한은행이 지난 4월 내놓은 ‘지금 이대로 신한 금리안전 모기지론’은 8750억원이 판매됐다. 하지만 이 상품의 90%는 3~5년 이후 변동금리로 바뀌는 혼합형이다.
시중은행 여신담당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변동금리 상품으로는 서로 실적 경쟁을 벌였지만, 고정금리 상품은 어느 은행도 판매 경쟁에 먼저 나서지 않을 것”이라며 “은행들이 서로 눈치를 보면서 다른 은행의 실적만큼만 고정금리 상품을 팔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혁준 김지훈 기자 june@hani.co.kr
시중은행 여신담당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변동금리 상품으로는 서로 실적 경쟁을 벌였지만, 고정금리 상품은 어느 은행도 판매 경쟁에 먼저 나서지 않을 것”이라며 “은행들이 서로 눈치를 보면서 다른 은행의 실적만큼만 고정금리 상품을 팔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혁준 김지훈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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